“영화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의도 구현 못해 아쉬워”

민병천 감독의 ‘내츄럴시티’에 대해서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시각적인 측면과 특수효과의 측면에서 괄목상대할 성장을 했지만, 이야기 구조는 아직 빈약하다.’ 이런 평가는 ‘내츄럴시티’를 비롯해서 대개 시각 효과를 강조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예를 들어, ‘아유레디’나 ‘예스터데이’)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하나는 시각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1991년 ‘터미네이터2 - 심판의 날’의 특수효과는 한국 영화계에 시각적인 효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T-1000이라 불리는 미래형 로봇은 자유자재로 자신의 신체를 변형시켰다. 이에 자극을 받은 한국 영화계는 고소영이 자신의 얼굴을 구미호로 바꾸는 몰핑이란 기법을 보여준 ‘구미호’(1994)를 내놓았다. 이후 ‘은행나무 침대’(1996)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들이 특수효과를 사용하면서 시각적인 스펙타클을 강조한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내츄럴시티’는 한국 영화계가 축적한 특수효과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기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두 번째 측면인 이야기 구조의 빈약성과 직면하게 된다. 이런 비판은 왠지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돌리는 듯한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물론 감독은 영화의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결정한다.
그래서 이야기 구조가 취약한 것의 많은 부분은 감독의 책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책임을 모두 감독에게 돌리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 구조가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먼저 ‘내츄럴시티’의 이야기 구조를 살펴보자. 이 영화는 4가지 이야기가 매우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R과 리아와의 사랑이야기, R과 노마와의 우정, 시온을 중심으로 한 우울한 미래에서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경무관과 노마 혹은 R과의 관련된 정치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영화는 이 네 개의 이야기 조각을 잘 짜 맞추는데 실패했다.
그것의 일차적인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두 번째 책임은 영화 산업에 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많은 부분이 편집과정에서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2시간 이내의 영화는 극장에서 6번을 상영할 수 있지만, 2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는 5번밖에 상영할 수 없다.

즉 극장 입장에서 보면 영화의 예술성보다는 하루에 6번 상영할 수 있는 영화를 필요로 하며 결국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지 못한 채, 영화의 많은 부분을 2시간 안으로 축소시켜야 한다.
또한 제작비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적인 압박이 감독에게 가해진다. 다시 말해서 감독의 창의적인 면은 영화의 산업적인 측면에 의해서 크게 제약을 받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관객들의 수준을 쫓아가지 못하게 된다.

‘내츄럴시티’의 단점인 이야기 구조의 빈약성을 모두 산업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감독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영화를 산업적인 측면과 더불어 평가하면, ‘내츄럴시티’의 문제점은 좀 더 큰 차원에서 이야기돼야 할 것이다.

정 하 제
호서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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