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지 않고 정론직필의 한 길로

대학생이 되면 예쁜 정장차림으로 팔에는 전공서적을 끼고 느긋하게 캠퍼스를 누비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꿈’은 신문사의 문을 두드리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정장대신 편한 면바지를 찾기에 급급했고 전공서적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수첩과 펜이 있었다. 또한 낭만이 넘칠 것 같던 캠퍼스는 이제 달리기 레이스이자 아이템을 찾기 위한 공간이 됐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해 신문사에 지원했고 기자가 됐다. 하지만 멋있게만 보이던 기자의 업무는 일상을 무겁게 억누르기 일쑤였다. 피 말리는 기사마감과 조판작업,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홀해지는 내 모습에 지칠 때도 많았다.
그러나 나를 버티게 하는 것은 평범한 시선으로는 볼 수 없던 또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된 후 가장 큰 변화는 시야의 넓이가 달라진 것이다. 문화부 기자가 돼 처음으로 맡은 외부취재 ‘민중가요 페스티벌’. 두려움과 설레임을 안고 찾아간 그 곳에서 그동안 쉽게 지나치던 무대 뒤 풍경과 관객들의 반응에 민감해진 날 발견했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객석만이 나의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공연장 전체가 내 무대고 취재원인 것이다.
또한 평소 반감을 갖고 있던 누드, 퀴어 등 비주류 문화를 접할 때에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정관념 속에 갖혀 살았는지 깨달았다. 고정관념을 가지고 쓴 기사는 독자들에게 더 큰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기자인 내가 먼저 잘못된 사고 방식을 고쳐야 함을 가슴속에 새겼다.

이제 내가 쓴 기사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정기자로 거듭나려 한다. 손수 레이아웃을 그리고 조화로운 컷을 찾아 앉힌 뒤 직접 뽑은 제목으로 지면을 완성할 때의 치열한 고민들을 즐길 준비를 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수습기자 기간 동안 ‘머리’로만 배웠다면 정기자가 된 오늘부터는 새로운 세상과 ‘가슴’으로 소통하고 싶다. 잦은 실수가 있어도 용서받을 수 있던 수습이라는 껍데기를 벗어 던지는 지금, 내 눈과 귀는 더 큰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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