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잃지 않고 정론직필의 한 길로


대학에 와서 맞는 첫 방학. 친구들이 수영복을 챙겨 바다로 향할 때 난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걸었다. ‘통일선봉대’의 대원이 되어 17박 18일 이라는 긴 여정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느 학생과 달리 ‘기자’라는 명찰을 하나 더 달고 피로한 하루의 마지막에도 취재 수첩을 정리해야 했다.

집회에 참여할 때에도 조금 전까지 몸과 마음을 부딪히던 전투경찰들의 진영으로 어려운 발걸음을 뗐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대신문사 기자 황주상이라고 합니다. 전경 입장에서 이런 집회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대학에 들어와 한꺼번에 주어진 자유에 염증을 내고 이제껏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신문사였다. 하지만 신문사는 무료함의 도피처가 되지만은 않았다. 바쁜 일정들이 친구 만날 시간이나 편히 늦잠 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날 구속했다. 그러한 생활에 지쳐갈 때 쯤 무엇을 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인지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기도 했다.

같이 입학한 동기들이 도서관에서 영어단어를 외우는 동안 6·13추모집회에서 사진을 찍고 노동자를 만나 고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거치며 남의 일로만 여겨지던 일들이 어느새 내게 중요한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그때부터 주변 일들을 문제의식이 담긴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

또한 누군가 건넨 “난 네가 진짜 대학생활을 하는 것 같아” 라는 말은 내가 있어야할 곳이 신문사임을 재확인 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제 신문 만드는 일, 학내의 일 그리고 사회문제를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했던 6개월간의 짧지 않은 수습과정이 끝났다. 정기자라는 명함은 신문사에서의 발언권을 높여 주겠지만 그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이 따르는 ‘양날의 칼’과 같다. 칼을 다루는 명인들은 칼 자체에 대해 명확히 알고 사용법을 바르게 이해했을 때 비로소 무언가를 벤다. 앞으로 기자가 말해야할 목소리와 그에 따른 책임 사이를 잘 알고 적절히 조율해 가려졌던 사회의 진실, 소외된 자들의 아픔을 배어내 독자들에게 알리는 열정있는 기자가 될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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