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와 체제전환에 대해 연구한 정치학자

1934년 독일에서 태어난 클라우스 폰 바이메(Klous von beyme·1934∼)는 하이델베르크, 뮌헨, 파리 그리고 모스크바 대학을 거치며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다. 역사 깊은 독일의 튀빙겐 대학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교수,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객원교수를 지냈을 뿐 아니라 서독 정치학회 회장 그리고 세계정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참으로 많은 책을 출판했는데, 그 중 동유럽 사태 후 94년에 펴낸 ‘Systemwechsel in Osteuropa’가 ‘탈사회주의와 체제전환’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번역 출판돼 있다.

폰 바이메가 관심있게 연구한 분야의 한 축은 ‘독일정치론’‘20세기 정치이론’등의 저서들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의회제도와 정당, 선거, 이익단체 등이다. 또 다른 한 축은 ‘사회주의냐 복지국가냐’‘소련에서의 개혁정치와 사회변동’등의 저술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사회주의와 체제전환에 관한 것이다.

이 중 ‘동유럽의 체제전환’의 내용만을 간단히 살펴보면, 그는 이 책에서 금세기 유럽의 민주화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첫 번째 민주화의 물결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입헌군주제로부터 공화국으로의 전환이고, 두 번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시스트 세력의 패배로 민주주의의 재도입이 가능한 시기였으며, 세 번째는 70년대로 전쟁이나 대외적 사건과 무관하게 질적으로 어떻게 새로운 체제로 변화되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1989년 동유럽혁명 이후 소련이라는 블록 중심세력이 몰락함으로써 비롯됐다고 보았다.

그런데 20세기에 있었던 네 차례의 민주화 과정 가운데 어떤 경우도 1989년의 사태만큼 체제몰락과 체제구축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나타나지는 못하였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1989년 당시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교체의 상황을 겪게 된 이유는 억압적 정치체제, 비효율적 경제체제, 다민족체제에서 파생된 인종갈등 그리고 소련의 블록 내 헤게모니에서 야기된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폰 바이메는 사회주의와 소련 및 동유럽 연구에서의 주된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는데, 사회과학의 예측가능성 부족이 그것이다. “자연과학자는 며칠 후의 일기예보는 종종 정확하게 맞힌다. 그러나 다음해의 여름날씨는 그들의 예보에서 제외된다. 합리적인 자연과학자들에게 조차도 부과하지 않는 미래의 과제, 이를 테면 사회주의의 미래나 전망 같은 문제를 어떻게 정확도가 훨씬 떨어지는 사회과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일까.”

정용길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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