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 관련업체 한 자리에 모인 문화·생태도시

멀티플렉스 극장은 영화, 식사, 오락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one-stop system)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극장계의 변화를 불러왔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특징을 지니는 도시가 건설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출판 멀티플렉스 도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이하 북시티)’가 바로 그것이다.


산업≤문화

북시티는 출판사, 인쇄소, 물류센터, 출판물쇼핑센터 등 출판 관련 활동을 하는 600여개 업체들이 한 곳에 들어선 산업단지를 도시 개념으로 조성한 것이다. 이는 초기부터 출판사 등 민간조직의 제안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의 관심을 모았다. 또한 도시계획가·건축가 등이 ‘위대한 계약서’라는 합의안에 근거해 입주가 이루어져 여느 산업도시와의 차별성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단절돼 있던 독자와의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점도 북시티가 기대하는 바 중 하나다. 책 관련 행사, 출판사 일부공간의 갤러리 활용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열린 문화의 장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그 예로 현재 입주한 출판사 ‘한길사’의 경우 건물 안에 갤러리·아트센터를 마련해 독자 끌어안기에 힘쓰고 있다. 


숨쉬는 생태도시

한편 북시티는 생태도시를 표방하고 있어 ‘꿈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거리의 가로수는 맞은편에 위치한 심학산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세웠고, 도시 가운데에는 샛강이 흐른다. 전문가들에 의해 고안된 미학적 건물들은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에너지도 태양열·바람을 이용한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길을 따로 냈을 정도이니 그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출판업무 외에 다양한 기능을 하는 건물들도 눈에 띤다.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출판문화교육센터는 이벤트홀과 대회의실을 갖춰 출판인 교육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완공되는 전시·정보지원센터는 국제회의 등 대규모 행사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여서 국제적으로 북시티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몇몇 문제점들은 완공까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우선 열린 도시로의 자리 매김을 꼽을 수 있다. 지리적 특성상 폐쇄도시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특성화를 살려주는 책 관련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대중교통 시설의 확보도 필요하다.
또한 터놓기는 했지만 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샛강은 생태도시라는 취지를 무색케 하기에 충분하다. 조성한 생태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작이다

출판계 성장 뿐 아니라 문화도시와 생태도시의 접목으로 새로운 건축예술문화를 형성했다고 평가받는 북시티는 이제 막 출발선에 들어섰다. 그 시작 자체로 반은 온 셈이니 앞으로 문제점들을 보완해 문화도시의 이정표를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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