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틀 벗어난 대중적인 시사매체로 ”

김미화 씨가 라디오 시시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적잖은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꼈다. 우선 반가웠던 이유는 그녀가 필자가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고 주목해왔던 개그우먼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코미디프로그램에서 맡은 캐릭터는 그 이전의 코미디물에서 여자 희극인들이 맡고있던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적극적이고 역동성있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코미디 여성 캐릭터 변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서 자신의 개인사적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환치시키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화예술인의 사회참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이 그녀가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점과 더불어 신선한 기대감을 줬던 또 한가지 이유는 어렵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여성 연예인, 그것도 개그우먼에게 맡겼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방송계의 관행을 보자면 이는 매우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은연 중에 희극인들을 단지 우스꽝스런 짓이나 하는 어릿광대로 여기는 정서가 남아 있고 정치, 사회의 문제는 남자의 것으로 여기는 문화, 즉 양복 입고 넥타이 맨 남자들이나 사회의 진지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고 여기는 사회적 시각에 대한 도전이란 점에서 주목을 끌만한 변화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 프로그램의 메인 연출자인 정찬형 PD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미화 씨가 이해하기 전에는 관련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 어렵지 않게 가겠다는 발언이기도 했지만 김미화 씨를 작가와 PD가 써준 대본을 그대로 읽는 앵무새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이런 기대와 신선한 충격을 주며 시작된 프로그램은 경제, 사회적 이슈, 대중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고정 게스트들과 김미화 씨가 함께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방송이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방송의 성패를 평가하긴 힘들겠지만 대체적으로 ‘신선하다’는 긍정적 의견과 ‘편향되어 있다’ ‘어설프다’는 부정적 의견으로 평이 엇갈리고 있다. 신선하다고 보는 측면은 일단 방송의 내용과 게스트의 성향이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의 틀을 벗어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과 김미화 씨가 자신의 주관을 갖고 하는 발언들이 과거 연예인들을 단지 ‘얼굴 마담’으로 앞세웠던 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김미화 씨가 지나치게 자신의 사회적,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 언론의 공공성을 해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눈에 띠었다. 그러나 매체의 공공성이 단지 무색무취함 속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란 점을 고려하면 단지 그녀가 어떤 정치적 입장(예를 들면 파병반대 같은)을 갖고 있다고 자질에 대해 물고 늘어지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앞에도 언급했듯이 아직 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시사문제의 진지함과 복잡함을 어떻게 김미화란 캐릭터가 갖고 있는 대중성 속에 녹여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진지함과 대중성의 결합이란 숙제를 풀어가길 바란다.  
         
염 신 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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