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정한 적은 누구인가

프랑스에서는 ‘아멜리 노통을 좋아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더 이상 미적지근한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그녀는 열화와 같은 찬사의 대상이거나, 거부감을 앞세운 반대의 표적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적의 화장법’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저자 소개에서 본 위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모두가 감추고 싶어하는 인간의 치부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아멜리 노통의 불온한 상상력이야말로 독자들이 그녀를 좋아하게, 또 싫어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의 삐딱한 유머 감각에 반해 그녀의 다른 책을 찾았던 내게 아멜리 노통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적의 화장법은 대부분이 공항 대기실에서 마주친 제롬 앙귀스트와 텍스토르 텍셀 간의 대화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강간, 살인 등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쫓아가면 소설은 어느새 끝을 향해 치달아 간다. 그리고 마지막 한 겹이 벗겨지는 순간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충격적인 반전과 깨달음이다. 그것을 통해 아멜리 노통은 우리 자신의 진정한 적은 누구인지에 대해 말한다. 재미와 생각할 만한 여운을 동시에 남기는,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이민영 (예술대 영화영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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