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이제 원칙적 협상으로 해결하자

지난 20일 문화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임길진 미시건주립대 교수의 강연은 기존 강연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퀴즈를 내기도 했고 협상이 필요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사탕, 초코렛 등을 동원하기도 했다.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사례를 통해, 분쟁과 갈등 자체를 피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실 우리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옛 중앙도서관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여러 이해당사자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여 최종안을 마련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기도 했다. 학교 밖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북 부안의 핵폐기장 설치, 대통령의 재신임문제 그리고 노사대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하긴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근처의 공장형 아파트건립문제로 주민들이 주택공사와 시청에서 시위를 하니 싸움이 없는 곳이 없다.

개인적, 사회적 그리고 국가적 이해관계의 다양화에 따라 분쟁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러한 분쟁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있다. 몇 가지 원칙에 바탕한 협상이 이뤄질 때 싸움은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이 강연의 핵심이다.
우선 우리는 문제와 사람을 분리해야 한다. 사실 상당수 갈등의 원인은 사람과 문제를 동일시하는데서 출발한다. 상대를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갈등해결은 요원해진다. 따라서 분쟁에 직면했을 때 먼저 해야 할 것은 사람과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정해진 입장보다는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므로 성취 가능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분쟁당사자가 상호이익을 최대한 증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가능한 많이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객관적 기준에 의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객관화된 주장과 증거를 통해서만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고 모두가 이익을 얻는 협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말한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와 세계의 모든 분쟁이 해결된다면 우리는 지금 보다는 나아진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박 명 호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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