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군인도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닐까”

정부가 지난 18일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하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활발하다. 그러나 언론들은 실제로 이라크에 파병돼 전쟁을 수행할 군인들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 듯하다.
이에 지난 9월 제대한 이규성(사회3) 군, 다음해 1월 입대할 예정인 최창민(사회4) 군과 남동생이 현재 군 복무중인 이효선(회계3) 양이 지난 24일 본사 회의실에서 이라크파병 논란과 파병군인들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군인들에 대해 생각해 보니

최창민(이하 민)=나는 내년 1월에 군대에 갈 예정인데, 동티모르에 파견되는 평화유지군의 형태로 가는 것이라면 동참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방식처럼 게릴라 소탕작전 같은 것을 펼쳐야 하는 것이라면 무서울 것 같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 후의 정신적 괴로움이 엄청날 것 같다는 예상이 든다.

이효선(이하 선)=동감한다. 동생이 지금 이등병인데, 물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부담이 크니까 반대하지만, 우선 동생이 파병된다면 학살자·범죄자가 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는 후배가 며칠 전에 전화를 했는데, 공병으로 파견될 것 같다면서 많은 돈을 주고 복무기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것은 조건을 내세워서 군인들을 유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분히 정치적인 행동이다.

이규성(이하 성)=직접 파병될 군인들에게 이라크 파병에 관해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전쟁터를 직접 다녀온 후유증에 관한 것이나 수위의 정도, 다녀온 후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지 않은가.
민=이미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했던 미국의 군인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이지만 파병된 군인들은 남미 쪽이나 흑인들이 많다. 특히 남미나 동양계 군인들 중에는 시민권의 인정을 조건으로 파병 온 군인들도 있다. 결국 미국사회에서도 서민의 자식들이 전쟁터로 나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 서민들의 자식들이 이라크 전쟁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성=공병쪽으로 파병이 되는 것이라면 수긍이 가는 점이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아닐까.

선=이라크에 파병되는 것이 이라크인을 위한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전쟁자체가 명분이 없지 않았는가.

민=파병하는 이유가 이라크의 치안이 불안해서 유지시켜 주기 위함이라면 이라크의 자치정부가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안을 유지하려면 이라크 내에서 자치적으로 경찰정부를 만들면 된다.

선=요즘 새삼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은 곧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군들의 자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막상 참전을 해보니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서 일 것이다. 어쩌면 직접 참전해서 싸우는 군인들이 가장 큰 피해자는 아닐까.


최근 파병논란을 바라보며

민=기본적으로 파병반대의 입장이지만 찬성입장이 수긍은 간다. 찬성이든지 반대든지 국익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나오는 의견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의 성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에 의해서 일어났다. 미국은 많은 양의 석유를 보유한 이라크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선=환율문제나 장기적인 불황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경제적인 파장은 복합적인 문제이다. 파병을 한다고 해서 국가의 신용도가 올라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국익이라는 것의 실체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차 파병결과 얻어진 국익의 결과가 없지 않은가.

민=이라크 전쟁 처리가 힘들수록 한반도에 이익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전쟁을 일으킨 후 뒤처리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북한에 쉽게 전쟁을 일으킬 수 없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미군이 침략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후세인 정권이 옳은가에 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민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성=현실적으로 누가 미국을 거부할 수 있겠나. 현실적으로 파병할 수밖에 없다면 천천히 여러 가지 상황을 보아 가면서 판단할 것이다.

선=국민들의 사회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가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기반으로 성립된 정부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한미 외교관계가 정립됐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미국과 관계된 모든 면에서 자주성을 찾기가 힘들다. APEC회담에서의 말레이시아 총리처럼 우리도 대미의존도를 차츰 낮추어 가면서 자주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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