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드라마 방식 신선 소비자와의 묘한 심리전”

우리나라의 경품광고들은 이 땅의 소비자들을 바보로 여기는 모양이다. 바로 위에 뻔한 힌트를 주고 그 답을 적어 보내라는 맹맹하기 짝이 없는 광고들. 어디 경품광고 뿐이겠는가. 대부분의 광고들이 이처럼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조차 두지 않는 자기 완결형 광고에 머무르고 있다. 만드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은 더 즐거운 광고. 광고에 대한 이런 원초적인 갈증에 화답하는 광고가 오랜만에 브라운관과 컴퓨터 화면을 찾아왔다.

10월 초부터 주로 인터넷과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OK 캐쉬백’ 광고는 미스테리 형식을 차용한 광고영화(movecial)이다. 영화(movie)와 커머셜(commercial)의 결합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무버셜은 뉴미디어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살려내는 실험적인 표현장르라 할 수 있다. 이 광고는 티저형식으로 프리런칭되어서 이제 본격적인 추리극의 단계를 맞고 있다. 마치 탐정 홈즈와 괴도 루팡의 대결을 영화 ‘살인의 추억’ 버전으로 패러디하면서 얼핏얼핏 상품을 노출시키는 것과 비슷한 형식이다. 실종된 상속녀를 찾기 위해 고용된 탐정(유지태)에게 배달된 소포 속에서 범인의 단서를 찾아내는 것으로 출발하는 경품퀴즈는 7주간 매주 1회씩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면서 ‘49일간의 추리 이벤트’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참여자들이 바로 사건의 열쇠를 찾는 탐정이 되어 달라는 주문이다.

이 광고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교묘한 메커니즘은 바로 퀴즈쇼이다. 퀴즈쇼를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신문 가판대에는 ‘OO퍼즐’ ‘OO퀴즈’ 따위의 잡지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스포츠, 스크린, 섹스에 추가해도 좋을 또 하나의 마약이다. 퀴즈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정치자금이니 언론 길들이기니 재신임이니 하는 저급한 미스테리 분야는 절대 출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광고는 퀴즈에 광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추리극이라는 장르에 태워서 끝까지 긴장을 유지해 가며 소비를 충동하고 있다.

이렇듯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광고에는 얄팍한 상술이 어른거리기도 한다. 군데군데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다. 회원가입을 강요하는 것이라든지 일정한 포인트를 적립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퀴즈에 참여할 수 없게 한 것, 선착순 방식, 응모만 하면 푸짐한 경품이 쏟아지는 것처럼 오해를 하게 하는 카피 등은 다소 짜증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광고의 영특함은 매체의 특성에 대한 통찰에서 발견된다. 한번 클릭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하는 인터넷의 마력은 전통적인 TV광고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어 버린다. 매체의 진부함과 표현형식의 구태의연함을 한꺼번에 벗어나려는 노력을 이 광고를 연출한 신예감독(박명천)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화면과 화면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하이퍼텍스트적 소통능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네티즌들에게 전파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파급효과를 계산에 넣은 광고방식이다. 광고효과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미디어 자체의 특성과 직결된다는 마셜 맥루언의 명제는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그렇다. 미디어는 메시지다.

이 현 우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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