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장애인 이동권은 노동권, 교육권 등 다른 권리의 바탕이 되는 권리다.
이에 본교 15명의 지체장애인 중 한 명과 교정을 다니면서 이들의 권리보호현실을 살펴보고,
이동권 제약이 가장 많은 휠체어 장애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편집자

 

지난 달 31일 오후 1시. 동국관 앞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모처럼만의 따뜻한 날씨에 벤치에 앉아 여유를 부리고 있는 사람들. 몇 명씩 무리 지어 강의실로 향하는 사람들. 그런데 이처럼 익숙한 풍경 속에 장애인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떠올린 장면은 어떠한가. 그 속에 장애인의 자리는 있는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약속 시간을 조금 넘겨 나타난 김주현군(법1). 그는 송글송글 얼굴에 맺힌 땀을 닦으며 웃어 보였다. 오른손에 지팡이를 쥐고 절뚝거리며 부자연스럽게 걷는 김 군은 고등학생 시절 뇌출혈로 오른쪽 신경이 마비됐고, 지금은 오른손과 오른발을 쓸 수 없는 2급 지체장애인이다. 계단보다는 경사로가 편하지만 경사로가 없는 경우 핸드레일만 설치돼 있으면 이동은 가능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을 묻자 그는 “새로 생긴 중앙도서관을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중앙도서관, 상록원을 돌아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그의 학교는 동국관 일대 뿐

동국관을 벗어나 가장 먼저 만난 장애물은 다름 아닌 ‘과속방지턱'. 괜찮다면서도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짚어 나가는 김 군의 모습이 불안하다. “그래도 이 정도 높이는 지나 갈 수 있는데, 조금만 더 높으면 조심스럽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만든 과속방지턱이 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무척 오랜만이네요. 동국관 이외에는 자주 다니지 않거든요. 새로 지어진 중앙 도서관 정말 좋네요."

팔정도를 지나 중앙도서관에 다다르자 그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사실 그에게 학교는 ‘동국관 및 문화관 일대’나 마찬가지였다. 학생회관, 명진관, 중앙도서관 등을 비롯해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건물 절반 이상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특히 그에게 꼭 필요한 계단 핸드레일이 갖춰져 있지 않은 건물 또한 절반 이상이나 된다. 
게다가 본교는 유난히 언덕과 계단이 많은데, 후문은 입구부터 계단으로만 다닐 수 있어 김 군은 학교에 입학한지 3년이 다 되도록 후문으로 출입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장애인 배려 ‘세심하게’

김 군과 중앙도서관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출입구가 문제였다. 출입구의 폭이 좁아서 지나가기가 불편한 것이다. 김 군은 그래도 어렵지 않게 통과했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다른 통로로 다녀야만 한다고 한다.
사실 중앙도서관은 새로 지어진 건물답게 장애인 전용 화장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에 대해 배려한 흔적이 엿보였다. 그럼에도 정작 ‘출입구' 부분에서 휠체어 장애인들을 미처 고려하지 못해, 애초에 의도한 만큼 장애인에게 활짝 열린 공간이 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세심한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이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장애인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부가 장애인 입학 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대학에 한해, 교직원과 비장애인 학생들에게 관련교육을 실시하도록 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는 이 역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비장애인과 함께

“어, 어이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상록원으로 향하는 도중 김 군은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일반인들과는 달리 한번 중심을 잃으면 다시 중심을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넘어지기 십상이라고 한다.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른손이 마비돼, 식권을 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식판을 받는 것까지 주위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보니 위축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었던 듯 싶다. 상록원까지 가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친구들과 마주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그의 모습은 구김살이 없었다.

다시 동국관으로 돌아오는 길, 구중앙도서관 옆의 길을 가려다가 되돌아 와야 했다. 일반학생도 주의를 기울여 내려가야 하는 가파른 돌계단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멋모르고 이 길로 왔다가 무척 고생했던 적이 있었죠"
그는 힘없이 계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뒷모습에 대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기자의 손이 새삼 부끄럽게 느껴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군과 같은 이들이 더 이상 동악에서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이제 학교도 이들의 ‘당연한 권리'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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