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폐인은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현실 생활보다는 사이버 현실을 선택한 인터넷 중독자들로, 다른 하나는 새로운 마니아들로. 사실 인터넷 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자쪽에 가깝다. 인터넷 폐인을 지칭하는 말로 귀차니스트, 주잠야활, 면식생활 등이 언급된다. 한마디로 그들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하고, 모든 의식주를 인터넷  앞에서 해결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사용되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인터넷 속성에 기인

하지만 실상 우리옆에 존재하는 폐인들의 모습이 그러할까. 인터넷 폐인들의 모습은 인터넷이 가지는 속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여가·일이 함께 만나는 사이버 공간속에서 어쩌면 원스톱라이프는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텔레비전이 지배하던 시대에 케이블·위성 등의 등장은 ‘통제혁명(control revolution)’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수용자들에게 새로운 참여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채널의 선택권만을 부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이용자들에게 콘텐츠생산권을 부여했다.


신조어 생성으로 시작

인터넷 폐인의 원조는 ‘디씨인사이드’로 넘어간다. ‘아   ’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자라 칭하던 그들은 커뮤니티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 포스터·사진들을 자신들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새롭게 그려내면서 ‘엽기’라는 코드로 불리워지기도 했지만,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전 끝난 드라마를 향한 다모폐인들은 방영 전후에 모든 게시판을 ‘하오체’로 덮어가면서 그들의 드라마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그리고 ‘다모소식지’를 발행하고 그들이 만들어낸 드라마의 결론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실 인터넷은 이용자들을 목적지향적으로 뭉치게 만든다. 성·연령·학벌 등의 기존의 질서·구조·기준들은 사라진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내부에서 원하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 손쉬워졌으며 자신과 같은 목적(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게시판을 통해서 만나기는 너무나 쉬워진 셈이다. 사실 언더그라운드로 치부되어왔던 하위문화들이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확산되어지는 것이 가능했던 것도 인터넷이 가진 속성에 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함께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다. 각기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그리고 그러한 문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말이다.


네티즌의 힘

네티즌들은 이제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속에서 매니아적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새로운 정보를 동료인 네티즌들에게 묻고 있으며, 2003년을 강타한 P2P와 지식검색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목적, 취향, 그리고 동기는 네티즌들을 전문가로 이끌어낸다. 블로그,홈피의 확산은 네티즌들에게 새로운 개인미디어를 가져다 주었다. 이제 네티즌들은 더 이상 마이너리티가 아니다. 오히려 매스미디어를 위협할 정도로 자신들의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2003년 한국의 네티즌들은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낸다. ‘문화는 내가 정의하고 만든다.’ 그리고 네티즌들에게 이것은 자부심이며 정체성이다.

김 양 은
사이버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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