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배급제도 뒷받침 돼야 우리 예술영화 ‘미소’ 지을 것”

올해 여성영화제의 막을 올린 영화 ‘미소’는 제5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는가 하면, 제22회 밴쿠버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 용호상 후보에 올라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국내외의 호평을 받으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박경희 감독을 만나 영화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미소’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던데.

= 많은 영화사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지만 제작 과정에서 무산이 반복됐다. 예술영화 성격으로 쓴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에 ‘충무로’의 지원 없이는 포기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들지 않고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면 이 영화에 풀어내고자 했던 정서나 세계관을 끌고 갈 것 같았다.
때마침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모를 축소해 제작하자는 임순례 감독의 제의가 있었고, 주인공인 배우 추상미 씨도 무보수로 출연해  제작이 가능하게 됐다.


- 여성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특별히 여성 영화를 찍고자한 것은 아니다. 감독과 프로듀서, 그리고 주인공까지 모두 여성이라 좀 더 솔직하게 여성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여류 사진가는 주저앉기보다는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사유한다. 서울여성영화제 남인영 프로그래머의 말을 빌리자면, “고통받는 여성이 아닌 고통에 대해 생각하는 여성”이 드러나 있다고 한다.     


- ‘충무로’ 특성상 예술영화는 일반 극장에서 개봉이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국 영화 배급 구조에 대한 의견은.

= ‘미소’의 경우 올해 가을에 개봉할 계획이었으나 내년 초로 연기됐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려면 먼저 배급 자체가 덜 상업적인 영화도 안정적인 배급망을 탈 수 있는 구조로 개선돼야 한다. 예술영화전용관에서 개봉하더라도 관객이 없다고 며칠만에 내릴 것이 아니라 의무 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술영화가 활발하게 상영되는 파리는 영화를 보고자하는 관객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영사기를 돌린다.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에서 관객들이 헐리우드식 영화에만 열광하지 않음을 깨닫지 않았나.


- 현재 작업중인 영화는.

= 한국영화아카데미 20주년을 맞아 허진호, 봉준호 감독 등 20여명의 감독이 모여 ‘20(異共)’이라는 주제로 단편 디지털 영화를 만든다. 5분 분량의 옴니버스 영화로 모바일을 통해 12월부터 한 편씩 상영할 계획이다. 난 이번 디지털 영화에서 서로 호감을 갖고 있지만 그 사실을 숨긴 채 교제하는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이공’을 표현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좋은 영화는 만든 사람의 진심이 전달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관객과의 호흡 역시 무척 중요하다. ‘미소’에 대한 국내외 영화제의 평보다도 일반 관객들과의 만남이 더 큰 기대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또한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장편 시나리오는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통해 제작해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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