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의식변화·신뢰회복 등 필요”

학생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학생회선거가 올해 역시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학생회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학생회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정우식(철 92졸) 91년 총학생회장, 김호중(불교 00졸) 99년 총학생회장, 유영빈(경영4) 현 총학생회장과 지난 7일 본사회의실에서 좌담회를 진행해 학생회위기의 원인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편집자


학생들의 참여

정우식(이하 정)=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의 경우 학생회사업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가 매우 높았다. 예를 들어 집회 등에 참가할 경우 4천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당시가 학생회 혹은 학생운동의 전성기라고 본다.
물론 그때도 학생들이 학생회에 많은 비판을 했지만 지금과는 다르게 애정 어린 비판 또는 생산적인 비판이었다.

김호중(이하 김)= 시기적으로는 몇 년 차이 나지 않지만 90년대 중·후반에는 학생들의 참여가 예전에 비해 매우 저조했다. 97년부터 투표율이 50%를 간신히 넘었으며, 내가 출마한 99년 선거 때도 간신히 선거가 성사된 것에서 알 수 있다. 

유영빈(이하 유)= 이러한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 총학생회선거가 무산됐으며 올해의 경우는 4개 단과대만 후보자 등록이 되는 상황이 됐다.


위기가 발생한 이유

정= 흔히 학생회의 위기를 거론할 때 시대가 변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학생회의 잘못도 크다고 본다.
내가 총학생회장으로 있었던 91년은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선거를 비롯한 학생회 행사에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회가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들의 생각은 80년대, 90년대 초반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유= 학교측이 국고보조금 등의 이유로 학부제 등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정체성을 찾지 못했고 이같이 급격한 변화를 학생회 역시 따라가지 못했다. 또한 학생들의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잘 이뤄지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김= 90년대 중·후반 연이은 총학생회장들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중앙간부 진출도 본교 학생회위기의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총학생회장들이 한총련 중앙간부로 진출하면서 학생회와 학생운동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학생회를 학생운동조직체로 인식하게 됐다.
또한 중앙간부 진출이 본교 내에서 의견수렴절차를 거친 후 결정된 것이라기보다는 당시 학생운동 진영 내의 정세에 따라 결정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업진행 등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2000년 새터사고 이면계약 등으로 학생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도 학생회 위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야할 방향

유=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올해 집행부 공개인선을 시행했다. 비록 참여는 저조했지만 학생들과 함께하는 학생회를 만들어가는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김= 집행부 공개모집도 좋은 방안이지만 이전에 선행돼야 할 것이 예산에 대한 공개라고 본다. 학생들은 막연하게 학생회 예산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예산공개와 집행부 공개인선의 두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예산의 일정부분을 학생들이 기획한 사업으로 이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99년 당시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된 만큼 현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생들에게 학생회의 성과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록원식당, 신축 중앙도서관 건립 등이 학생회가 학교 측과의 투쟁을 통해 이뤄낸 성과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학생들이 학생회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 못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선전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생회의 중요성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대 변화에 따른 적응이다. 빠르게 시대가 변하는 만큼 학생회 역시 이에 맞춰 적절한 방식의 변화가 꼭 필요할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학생회의 활동방식이 8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교측과 적대적인 관계만을 유지하기보다는 때에 따라서는 서로 협력하고 도와주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그렇다. 교육기관의 발전에는 구성원의 화합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화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와 학생회 모두 동반자임을 인식하고 학교발전을 위해 양쪽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학발전위원회 구성이 논의되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학교측도 학생들과의 허심탄회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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