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학교 설립의 꿈 실현

불교전수학교 설립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불교계는 전문학교 승격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1930년 1월 8일 전문학교 승격신청서를 총독부에 제출하였고, 그해 4월 7일부로 전문학교 승격을 인가 받는 데 성공하였다. 한국 불교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고등전문교육기관 설립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전문학교 승격이 정식으로 인가되자 중앙교무원은 교명을 ‘중앙불교전문학교’로 정하고, 문과 중심의 단과 교수체제를 갖추었다. 불교학을 기반으로 하되 문학·철학·사상 등을 주요 교과로 편제하고, 본과·특과·선과(選科)를 두었다. 수업연한은 각 3년이었으며, 학생정원은 150명이었다.

학교 측은 정식 인가를 받은 지 9일 만인 1930년 4월 16일에 불교전수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편입시험을 실시하였다. 또 4월 21일에는 첫 신입생들을 모집하여 4월 25일에 개교하였다. 이로써 중앙불전은 연희전문학교 및 보성전문학교와 더불어 국내 3대 고등교육기관으로 등장하게 된다.

1931년 8월 17일에는 문부성에 고등학교 고등과 및 대학 예과(豫科)와 동등 이상의 자격을 갖춘 학교로 승인해 줄 것을 신청하여 이듬해 5월 31일자로 이를 지정 받았다. 따라서 졸업생들은 고등시험(고등고시)에 응시할 때 예비시험을 면제받는 특전을 누리게 되었다. 또 1934년에는 김영수 교수가 제안한 신실·자애·섭심·도세를 지도정신으로 정하였다. 이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동국대학교의 교훈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학생들은 전문학교 승격을 계기로 재학생만으로 구성된 학생회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학생회가 자치조직으로 독립함에 따라 교수진과 졸업생들까지 회원으로 참여했던 교우회는 동창회로 성격을 바꾸었다. 학생회는 서무·종교·학예·음악·체육 등 5개부를 설치하여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쳤는데, 제2호까지 발간되었던 ‘일광’을 1930년 12월에 속간하여 1940년 1월까지 제10호를 펴내었다.

학생회 활동 중에는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되었던 ‘전조선 전문학교 학생웅변대회’가 있었다. 1930년 12월 16일 천도교기념회관에서 열린 첫 대회에는 무려 1,300여 명의 청중들이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루었다. 또 음악부는 1932년 9월 24일에 천도교당 등을 빌려 ‘중추(中秋) 음악대연주회’를 개최하고 음악과 연극, 시 낭송회 등을 열었는데 이 행사는 오늘날의 대학 축전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용범
소설가·동국 100년사 대표 집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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