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물함을 구매했으니 학교측이 관리해야 하지 않은가.”
“사물함 관리는 학생들의 자치권이지 않습니까.”
지난 10월 구매한 사물함의 관리주체를 두고 학교측과 학생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학교측은 학생회가 관리했을 때 사물함이 많이 손상돼 왔기 때문에, 학생회는 학생자치권이라는 등의 이유로 서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사물함을 구매한지 한 달 이상 지났음에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물함 관리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이제까지 단 한차례 의견을 교환했을 뿐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장학기금 조성 논의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4월 학교측과 학생회는 ‘등록금 인상분의 1%를 장학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합의했으나 장학기금에 대한 논의를 서면 상으로만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현재까지 장학기금의 명칭과 지급규정·시기 등에 대해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도 마무리가 늦어지는 이유는 형식적으로만 의견을 교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같은 형식적 의사소통의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동반자’라는 인식의 부족, 즉 ‘신뢰의 부족’문제가 있다.

올해의 경우 신임총장이 취임하면서 논의자리가 여느 때보다 많았지만 일부 교직원은 “학생들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는 자세를 보이기 일쑤였고 학생회 역시 학교를 ‘투쟁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여전했다. 때문에 논의자리가 증가했음에도 입장만 재확인할 뿐 실질적인 성과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의욕적으로 논의자리를 늘려갔던 올해 초와 달리 요즘은 서로 적극적인 논의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 버린 실정이다.
따라서 이젠 단지 논의자리를 늘리기보다 서로 ‘동반자’임을 인정하는 자세부터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형식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논의자리를 한 번쯤 포장마차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