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사셨군요 이제 권리를 찾아요

본교생 중 30%는 지방 출신 학생으로 대부분 자취, 하숙,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낯선 객지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지방출신의 본교 재학생 가상인물, ‘동국이’의 상황을 설정해, 자취·하숙·고시원생들이 평소에 놓치고 있는 권리를 살펴본다.             편집자
 

 


상황 1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다 보니 늦은 시간에 귀가 하게 된 동국이. 어제 과음을 한 탓에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고 있는데 잠궈 놓았던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아주머니는 누워있는 동국이를 보자 당황하면서 다시 나갔다. 생각해 보니, ‘몇몇 집주인들이 전기세가 많이 나가는 전자제품들을 확인하러 종종 빈방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 하다.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자신도 주인을 못 본 척 하기로 했다.

이제 일어나서 샤워를 할 생각으로 물을 튼 동국이는 냉수처럼 차가운 물에 깜짝 놀랐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나중에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온수는 사용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사생활 존중은 기본

이 경우 동국이는 어떠한 권리를 놓치고 있는 것일까.
하숙이나 고시원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가 ‘사생활 침해’다. 집주인이 세입자가 없는 틈에 빈방을 드나드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입자와 미리 합의하지 않았음으로 기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학생들은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상희(이과대1) 양은 “기분은 나쁘지만 집주인에게 따로 말하기도 어색해서 참는다”고 말했다.

온수·난방 시간제, 식사문제 또한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즉 동국이는 계약시 이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협의해 계약서의 특약사항에 기재했어야 했다. 다만 하숙은 계약서 자체를 쓰지 않고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구두로라도 합의를 거치는 것이 옳다.
만약 애초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이미 상식에 바탕한 기준에 의해 암묵적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주인이 빈방에 들어오는 행위나, 온수·난방을 특정 시간에만 사용하게 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에 어긋나므로 동국이는 이 부분에 대해 집주인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다시 협의할 권리가 있다.
 
상황 2 오늘도 자신의 방이 있는 6층까지 힘들게 오르고 있는 동국이. 숨이 차오르는 것을 가다듬으면서 방안에 들어가니 습기가 차 있는지 어디선가 메케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 주위에서 하숙하는 친구들 말로는 자신이 살고 있는 하숙집의 6층은 건물을 다 지은 뒤 뒤늦게 쌓아 올렸기 때문에 습기가 잘 찬다고 한다. 

다음날 동국이는 좀더 저렴하고 깨끗한 방을 찾기 위해 친구가 살고 있는 고시원을 방문했다. 깨끗하기는 했지만 화재 시설 등 비상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방에 들어가 벽을 두드려 보니 가벼운 나무 소리가 났다. ‘만약 화재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저렴한 가격의 유혹을 뿌리치긴 쉽지 않았다.


간과하기 쉬운 안전 문제

 ‘안전문제’는 자취생, 하숙생, 고시원생들이 간과하는 가장 큰 문제다.
이 경우 동국이는 먼저 자신이 살던 하숙집 6층의 안전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건축법에 따르면 6층 이상의 건물은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몇몇 건물 주인들은 엘리베이터를 만들지 않으려고 일부러 처음에는 5층으로 건축했다가 나중에 1층을 더 쌓은 뒤 원래 있었던 1층을 지하 1층으로 명칭만 바꾸어 제일 윗층을 똑같이 5층으로 만들기도 한다. 일종의 편법이다.

따라서 동국이는 추가공사로 지어진 자신의 방이 안전, 방음, 환기 등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고 추가시설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고시원은 ‘안전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내부 자재도 잘 타는 나무판넬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소화시설이나 비상구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정훈 변호사는 “소방시설 등 안전시설 확충 요구는 개인적으로 하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드므로, 다른 세입자들과 집단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귀찮아도 ‘하나씩’

앞서 살펴본 문제 말고도 자취방의 경우 전·월세금을 갑자기 높게 인상한 경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겸 교수(법학)는 “집주인은 계약이 끝났을 때, 지난 계약금 5∼10% 정도의 금액을 인상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인상은 세입자와 합의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취나 하숙, 고시원 생활을 하는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권리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침해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당장은 권리를 찾는 것이 부담스럽고 귀찮을지 몰라도, 우리의 문제제기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대다수 지방출신 학생들의 생활환경은 분명히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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