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통화로서의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시각예술품으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화폐 도안의 주소재로는 일반적으로 인물초상, 건축물 등이 많이 쓰이고 있으며 동식물을 화폐도안의 소재로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 현용 은행권의 경우 앞면에는 인물 초상, 뒷면에는 앞면의 인물과 관련된 건물이 주도안 소재로 사용되고 있고 부소재로 투호· 벼루·측우기가 은행권 앞면의 좌측에 있다.


문화 유산 도안화

1950년 6월 한국은행이 설립된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은행권 도안의 소재가 된 인물로는 이승만·세종대왕·이순신·이이·이황 등이 있다. 건물로는 첨성대·남대문·도산서원·오죽헌·경회루·경복궁 근정전·독립문·파고다 공원·한국은행 본관·현충사 등이 이용되었고 식물로는 무궁화가 사용되었다. 기타 해금강 총석정·거북선·한국은행 휘장·성화(聖火)·봉화(烽火) 등이 있으며 은화(隱畵)로 석굴암 여래좌상(石窟庵 如來坐像) 모습이 최초의 1만원권(1973년 발행)에 사용되었다.

한편 주화는 해방이후 1959년 10월에 처음으로 발행됐다. 주화에 새겨진 도안의 주소재를 살펴보면 인물로는 이승만과 이순신이, 건축물로는 다보탑과 거북선, 동식물로는 학·벼이삭·무궁화가 사용되었다.
화폐가 갖는 상징성을 이용해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발행되는 기념주화를 통해서는 더욱 다양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다. 건축물로 다보탑·불국사·거북선·남대문·경회루·독립문·명동성당·서울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농악·제기차기·민속무·널뛰기·민속씨름·가면극·그네타기 등의 전통놀이도 접할 수 있다. 또한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혼천의·물레·청자비용형주자(靑磁飛龍形注子) 등도 기념주화에 새겨져 있다. 이처럼 기념주화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홍보하고 나아가 문화적 특성까지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1973년 9월부터 발행된 우리나라 은행권에는 화폐의 도안으로 사용된 문화재의 이름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폐에 사용된 문화유산 중에는 거북선·독립문이 여러 권종 및 화종에 자주 사용되었는데 이는 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애국심 고양을 위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시대 사회상 반영

이와 같이 화폐 도안은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는 사회 활동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때문에 우리는 화폐를 교환 수단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그 안에 새겨진 도안의 사회·문화적인 의미까지 더불어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외국인에게 한 나라의 화폐는 기념품의 가치를 지니며 그 나라 자체로 인식되기도 한다. 우리가 외국 여행을 할 때 그 나라의 화폐를 수집·소장하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교환 수단으로 보기엔 화폐가 갖는 의미는 너무나도 크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화폐에 담긴 도안 역시 변화하였고, 그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 성 용
한국은행 발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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