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를 쓰지 못했다. 나는 한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며 지냈다. 정말이지 그런 줄 알았다. 고질적인 위염을 앓으며 며칠을 누워 보낸 어느 날 저녁, 아침으로 대체 내가 뭘 먹었나를 떠올리다가 문득 더 이상 내가 시를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몸서리쳤다. 뇌리를 스치던 갈치조림과 달걀말이 사이에서 나는 다시금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를 쓰고 있지 않은 나는 몸보다 마음이 옹색했다. 나는 일상의 가장 아픈 자리에서 시의 뿌리를 키우고 싶고, 어느새 그 가지가 내 키를 훌쩍 넘어 자랄 수 있도록 더 부지런히 쓸 것이다. 

며칠 전 다시금 병원 침대에 누워 면목 없어 하시던 어머니께, 이제야 감사를 전한다. 글 속에서 사람의 냄새를 맡게 해주었던 동국문학회 식구들과 문과대 친한 동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훈련소에서 열심히 구르고 있을 광석이에게도 하루빨리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부족한 작품을 뽑아 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박소란(예술대 문창3)


장원 당선작이 선정되지 않은 소설부문은 지면화하지 않습니다. 시나리오 부문은 다음 주에 실립니다. 문학상 당선작품들은 본사 홈페이지(http://dgupress. dongguk.ac.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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