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 많았지만 대학생 특유의 신선함 아쉬워

제18회 동대문학상 소설 부문에 응모된 작품은 모두 11편이었다. 응모편수가 예년에 비해 다소 증가한 까닭은 최근 몇 년 동안 문학 창작 관련 강좌가 현저하게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사가 대체로 그렇듯이 양적 증가와 질적 상승이 항상 정비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11편의 응모작이 모두 고만고만한 크기의 도토리 같아서 특별하게 눈에 띄는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대학생 특유의 실험정신이나 도전의식을 내장한 작품이 없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쉬웠고, 형편없이 빈곤한 어휘력과 상식을 배반하지 못하는 평범한 상상력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11편의 응모작 가운데 그나마 소설적 형상화에 성공한 작품은 ‘족제비의 누명’, ‘두더지’,  ‘해무도’, ‘봉정숙 헤어샵’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작품도 부적절한 어휘 선택과 비문의 사용, 모호한 작중인물의 성격과 지리멸렬한 사건의 전개 등과 같은 치명적인 결함을 하나 둘씩은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어떤 작품에서는 ‘선친(先親)’이란 단어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어휘가 잘못 사용되고 있었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군사정권시절의 고문기술자가 노숙자로 전락하게 된 과정이 필연성 없이 서술되고 있을 뿐이었다.
시골의 어리숙한 시인지망생을 화자로 내세운 ‘봉정숙 헤어샵’은 약간의 입담과 익살로 소설 읽는 재미를 제공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입담과 익살은 삶의 이면을 통찰하는 재치나 지혜로까지 승화되지 못하였고, 풍자와 조롱의 대상을 잘못 선정했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섬의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여성화자와 실명한 한 사내의 만남을 다룬 ‘해무도’ 역시 구성이 산만하고 인물 성격이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두 작품을 가작으로 뽑은 것은 응모자의 소설에 대한 애정이 다소나마 느껴졌기 때문이다. 축하하며, 여기서 자족하지 말고 더욱 분발 정진하기 바란다.

장영우(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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