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朱熹) 인물성론(人物性論)에 나타난 이기(理氣) 관계에 대하여

주희는 만물을 생성하는 근본적인 두 가지 요소로서 이(理)와 기(氣)를 제시한다. 이는 형이상의 도로서 만물을 낳는 근본이며, 만물의 성(性)이 되는 것이다. 기는 형이하의 것으로서 만물의 형질을 구성하는 것이다.

주희에게서 이(理)를 논하는 것은 곧 태극을 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희는 “태극은 단지 하나의 이(理)”라고 하였으며, 또한 “태극은 다만 천지 만물의 이(理)일 뿐이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형이상의 도로서의 이(理)는 존재로 하여금 존재할 수 있는 근거를 나타낸다. 이와 같은 이(理)는 소이연(所以然)과 소당연(所當然)으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는데, 소이연은 그러해야 하는 까닭, 즉 사물 존재의 원인을 나타내며, 소당연은 마땅히 해야 하는 법칙, 즉 당위를 말하는 것이다.

기(氣)는 만물을 생성함에 물리적인 근거가 되는 것으로서 형체를 이룬다. 기를 세분하면, 기는 음양이고 질(質)은 오행이다. 그리고 이 질이 있기 때문에 만물이 만들어지나, 음과 양 두 기가 나뉘어서 이 다섯 가지가 된 것이지, 음양 밖에 별도로 오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만물은 기로써 형체를 이루고 이(理) 또한 성(性)으로써 부여받는다. 이와 같은 이기의 오묘한 조화에 의해 만물이 생성되는 것이다. 바르고 통한 기를 얻으면 사람이 되며, 이로써 부여받은 이(理) 또한 온전하지만, 사물은 치우치고 막힌 기를 부여받았으며, 이로 인해 이(理) 또한 편벽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부여받은 성은 우주 자연 법칙과 일치하는 보편적 도덕 본성이면서도, 다른 사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사람만의 특수한 본성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람이 천하 만물 가운데 가장 고귀한 존재가 되며, 성선론을 형이상학적 원리로서 증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본성을 온전히 발현시켜 어질고 선한 사람이 있는 반면, 본성이 가려져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나 불초한 자 또한 있다. 이처럼 인간이 본성을 발현시킴에 있어, 온전함과 온전하지 못함에 관여하는 것 또한 기이다. 즉 기가 맑으면 본성이 온전하게 발현되나, 기가 탁하면 본성이 가리어져 온전하게 발현시킬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희는 기의 성격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본 것을 알 수 있다. 인물성론에서의 기는 만물을 생성함에 있어 형체가 되는 물리적인 요소로서, 온전하고 치우침의 정도에 따라 사람과 사물을 형성하는 것인 반면, 인성만을 논할 때는 순수한 도덕 본성의 발현 정도에 영향을 주어, 청탁(淸濁)의 차이로 인해 현자도 불초자도 될 수 있는 도덕적·가치론적인 기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인물성론에서의 기의 편전은 만물의 생성과 함께 이미 고정되지만, 인성론에서의 기의 청탁은 인간의 노력에 따라 변화 가능한 것으로서, 자연스럽게 공부·수행의 문제로 이행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온전하게 발현된 본성은 곧 우주 자연의 법칙과 일치하는 것이 되므로, 천인합일의 가능성 또한 열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주희는 이(理)에는 고정 불변한 보편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기(氣)에는 편전과 청탁의 각기 범주가 다른 두 가지 성격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우주 만물 중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본성을 부여받은 가장 고귀한 존재이면서,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본성을 온전히 발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양해야 하는 존재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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