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타오르는 화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 이는 서로 손발을 맞춰가며 찍는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9일 저녁 서울 한복판에서 격렬 시위를 벌였던 1만 여명의 노동자들과 경찰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노동자들의 분노가 화염병이 되어 날아들었고, 이에 맞서 전·의경들이 무거운 방패를 앞세워 진압에 힘썼다.

정부는 다음날 긴급회의를 통해 화염병 시위자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노라고 엄포를 놓았고, 민주노총 지도부에서는 손배 가압류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그 원인이라며 정면대응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격렬한 시위의 진짜 피해자는 과연 누구인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정부와 민노총 지도부인가. 아니다. 시위의 최전방에서 피땀 흘리며 맞선 노동자들과 전·의경들이다.

전경과 의경은 국방의 의무로 대민 봉사와 사회질서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이다.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인 것이다. 그런데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격렬한 시위 속에서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이라크에 파병돼 죽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더욱이 웃지 못할 것은 이번 시위에 ‘새총’이 등장했단다. 경찰이 ‘짭새’여서 새총을 준비했는가. 너트를 넣고 발사하는 새총에 잘못하면 실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방패 뒤의 얼굴들을 되새겨 보고 지금 쏘아 올리고 있는 분노의 불꽃이 과연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차상준 (사과대 경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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