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이끌어 내려면 도발적 행동 필요하죠”

지난 7일 본사는 본교생 300명(전체의 2.3%)을 대상으로 ‘동대인이 만나고 싶은 논쟁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시대 논쟁가’는 다양한 화두를 던져 논쟁이 광범위하게 일게끔 만드는 이를 의미한다. 설문결과 열린 우리당 유시민 의원과 한겨레 신문 손석춘 논설위원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에 유시민 의원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지식을 알기 쉽게 전하는 ‘지식 소매상’혹은 때론 불온한 ‘자유주의자’.
국회의원 직함을 달기 전까지 유시민 의원은 자신을 이렇게 부르곤했다. 하지만 그를 선택한 많은 설문응답자들은 이제 그를 이 시대의 ‘새로운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논쟁을 발화시키는 그의 ‘도발적인’행보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파격적인 정당창당과 운영, 캐주얼 복장의 국회 첫 출근, 면책특권에 대한 문제제기 등 그가 크고 작은 ‘정치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유 의원은 정당개혁에 대해 자신이 “완수해야 할 임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각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전제를 자주 달아, ‘생각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자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현안과 대학사회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살펴본다.


정당개혁이 나의 ‘임무’

-정치개혁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당이 부패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동안 정치지도자는 당원과 유권자에게 무언가를 나눠줘야 했다. 그래서 자꾸 불법자금을 받았던 것이다. 이제는 유권자와 당원이 정치지도자들을 투명하게 후원하는 식으로 뒤집어야 한다. 그러면 후원회 해도 되지 않겠나. (유시민원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후원회를 계속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노무현대통령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별칭이 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농담 삼아 하는 말인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못하는 부분은 남들이 많이 말하니까, (나라도) 잘 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된 후 지금까지 펼친 의정활동은.

=시행령으로 준비중인 ‘건강보험 본인분담금 상한제’는 연간 1인당 300만원이 넘는 진료비용을 정부가 부담해 질병 때문에 가정이 몰락하는 것을 막자는 내용이다.
그리고 ‘장애인 이동권’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신체를 이동키지 못하는 것은 헌법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제도 개선까지 더해, 세 가지 복지 현안를 놓고 열심히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되더라.(웃음)


-노동문제와 이라크 파병문제 등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이를테면 (지금으로서는) 정당개혁에만 집중한다.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지 않는 일이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라크 파병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사실을 이미 밝혔다. 역량이 부족해 활발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게 죄송하다.
다만 손배 가압류제도는 남용되지 못하도록, 비정규직 제도는 계약기간 외에는 정규직 노동자와 다른 것이 없게끔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기업, 국회와 협력해야만 풀 수 있는 사안이다.


대학의 ‘공정한 경쟁’을

-고학력 청년실업에 대한 생각은.

=해법을 쉽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교과서적인 답이 있긴 하다. 먼저 산업이 요구하리라고 예상되는 사람이 많이 나오도록 교육과 산업을 매치(match) 시키는 방법이 있다. 산학협동이나 교육·노동부 통합 등이 그 예다. 단기적으로 처방하려면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하는데,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대학생의 실업문제는 ‘대학 서열화’ 문제와 맞닿아 있는데.

=서열화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경쟁이 불공평하다는 데 있다. ‘아웃풋(결과)’으로 서열이 매겨지면 (그 대학의 교육 능력이 반영되므로) 괜찮은데, 지금은 신입생이 우수한 대학이 1등 대학이지 않은가.
차라리 서울대의 학부를 없애거나 개방대학으로 만들어 국공립대 학생들이 원할 때 가서 공부하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사회에서 논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안이 있다면. 

=교수생활을 해 보니 학생들이 의외로 질문을 안 하더라. 그러면 ‘우리는 왜 질문하지 않을까. 왜 논쟁하지 않을까’에 대해 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논쟁은 누군가의 도발적인 문제제기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때 이루어진다. 예컨대 ‘대학당국은 돈을 어디에 쓰는 거야’‘교수 중에 30%는 물갈이 해야 돼’라고 도발적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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