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간판 증가 … 독특한 한글 간판 이목 끌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이름’이 그 운명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듯 상점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간판’ 역시 매우 중요하다. 또한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간판은 그 시대 문화를 대변해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간판들이 점차 외래어로 물들고 있어 마치 영어권 국가에 온 듯한 착각마저 주고 있다. 

본교 주변 상점들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즐겨 찾는 주점이나 식당들은 대부분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으나 문화공간인 PC방, 미용실, 커피 전문점 등은 대부분이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한글 표기가 가능한 상호명도 우리말을 영어로 고쳐 표기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채영(경행2)양은 “대학 주변인만큼 대학생들만의 문화를 표현하면서도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순수 우리말 간판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라 할 수 있는 명동의 경우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한 카드회사의 조사결과 명동 2천여 개 상점의 외래어 간판 비중이 53.1%로 나타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2개중 1개꼴의 간판이 외래어이기 때문이다. 이는 젊은이들을 주요 소비층으로 하는 의류·잡화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결과로 분석되지만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장소인 만큼 순수 우리말 간판을 이용해 우리 문화를 표현하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외래어 간판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인사동의 경우 외국에서 들어온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조차도 한글 간판을 사용하는 등 대부분의 간판이 한글로 이뤄져 있다. 또한 한 찻집 이름인 ‘모깃불에 달 끄슬리라’와 같이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독특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간판들도 많이 자리잡고 있다. 한 상점 주인이 “간판 명이 특이하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한 것처럼 단순한 영어 간판보다 독특한 한글 간판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끌기도 하는 것이다. 

간판은 현재를 보여주는 얼굴과도 같다. 밤이 되면 그 빛을 더하는 간판에서 ‘남의 것’이 아닌 진정한 ‘우리 것’을 만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찾아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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