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차별이 만든 ‘인형’ 반란을 노래하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커피만 탔지. 도대체 난 여기 왜 있는지. 미쓰리 타준 커피가 제일 맛있어, 라는 말 그런 칭찬 필요없어 니가 타먹어” - ‘커피가 싫어’중에서-.

여성의 시대가 왔다고들 한다. 여성의 감성과 섬세함이 높이 평가받는 그런 시대가 왔다고들 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우리의 세상은 아직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면서 승진에서는 배제된 채 고용불안과 저임금, 차별 속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현실을 알리면서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만들겠다고 가사공모전을 했을 때, 참으로 다양한 목소리들이 모아졌다. 매일 그리고 하루종일 커피만 타야하는 현실, 여자와 남자 사이의 무엇이 다르기에 똑같이 배우고 꿈을 꿔도 여자에게만 안된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 술따라라 안마해라 추근대는 성희롱 상사들에 대한 경고, 결혼하면 비정규직·임신하면 계약해지되는 현실에서 아이조차 낳을 수 없다는 외침, 어머니의 꿈에 대한 물음과 이러한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는 희망과 소망에 대한 이야기들. 이 앨범의 가사들은 가려운 곳들을 긁어주면서도 여성으로, 노동자로서 살아가기에 대한 고단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놓지 않고 잡고 있는 작은 희망의 끈들까지도.

곡을 붙이는 데에는 ’쉽게 부를 수 있도록’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장르로 곡을 붙여 다양성을 꾀했다. 인형과 파업.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게다가 “인형의 파업”이라니.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여성 노동자를 무엇으로 상징할 것인가, 그리고 그들의 힘을 무엇으로 상징할 것인가. 여성 노동자들은 그저 자본이 시키는대로 커피타고 심부름하고 복사나 하는 인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녀들에게는 파업까지도 할 수 있는 내재된 힘이 있다. 살아 숨쉬고 있고,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 파업을 할 수 있는 힘까지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파업이 상징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동시에 노동자들간의 연대를 의미한다. 파업은 혼자 할 수 없다. 그러기에 더욱 큰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인형과 파업의 역설은 이렇게 탄생됐다.
노래를 듣고 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말 속이 후련하군요.” “좋아요. 이 노래 부르면 스트레스 풀리겠다.” “희망과 용기뿐 아니라 인생의 힘이 되는 것 같아 참 기분이 좋네요.”
노래는 작지만 힘이 있다. 현실에 대한 통쾌한 반론과 휴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미래를 꿈꿀 수도 있게 만들어준다.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생각을 바꾸어 놓으리라는 기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은 노래 한곡으로부터 시작되는 의식전환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렇게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커피? 니가 타먹어!”

배 진 경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선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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