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을 떠나도 진솔한 술자리에서 윤리교육 계속할 것

하늘을 곱게 물들이는 석양은 반평생 한 길을 걸어온 당신입니다

젊은이들로 가득한 대학가 어느 술집, 그 가운데 이마에 주름진 한 ‘어르신’이 학생들과 거침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교수라는 체면도 잠시 잊은 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강의실뿐만 아니라 술자리 등 어디서든지 진솔하게 강의하기로 이름난 송재운(윤리문화학) 교수. 하지만 이제는 그가 강단에 서서 강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을 듯 하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배우고 가르치기를 게을리한 것 같아 반성하게 됩니다.”
끊임없는 배움과 가르침을 위해 노력해온 송 교수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정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어려서부터 승려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불교에 심취했다는 송 교수는 대학입학 후 동양철학사상으로 관심의 폭을 넓혔고, 이 중 특히 ‘이성보다 마음이 진리’라고 말하는 중국의 양명학을 전공했다. 이후 그는 급격한 산업화로 물질적 가치가 팽배해지자 동양윤리사상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확립시키기 위해 ‘윤리선생’의 길을 택했다.

어느덧 선생의 길에 접어든지도 30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는 사람사이의 정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제자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명절에 인사하러 찾아올 때의 기쁨과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요.”
이렇듯 오랜기간 제자들과 정을 함께 나눠온 송 교수지만 퇴임을 앞둔 그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그늘이 묻어나온다. 의학과 경영학 등 실용학문에 학생들이 몰려 윤리문화학을 발전시킬 후학들을 양성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이고, 제자들도 윤리문화학이라는 학문을 직업이나 실생활에 연계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자리를 너무 늦게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가르침보다 자신의 연구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송 교수. 비록 교단에서는 떠나지만 제자들을 진정 자식처럼 대하는 그의 모습이 진솔한 술자리에서 계속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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