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희생 강요하는 등록금 인상 반대한다

올해 등록금이 7% 인상되면서 2000년부터 5년 동안 등록금이 40%가량 인상되었다. 학교측에서 학생들과의 대화 중에 1월 9일 04학번 수시모집 합격자들의 등록금 고지서를 일방적으로 7% 인상고지 하면서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이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 두번의 학교와의 대화와 세번의 학내 집회와 본관 항의방문이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은 이유 없는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명확한 이유가 있는 반대이기에 정당하다.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는 많지만, 우선 중요한 네가지 이유만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첫째, 등록금 인상이 일방적이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뒤 통보했다. 한가지 예년과 다른 것이 있다고 한다면 고지서를 발부하기 전에 통보하였다는 것이다. 학교는 이것을 아주 대단히 학생들을 배려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지서 발부 전에 등록금 인상을 알았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달라진 것도 없었다.

고지서 발부 전에 학교와 대화를 시작했다고 해서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대화에서 그런 여지는 전혀 없었다.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니 학생들이 이해해 달라는, ‘학교와 학생의 등록금 관련 대화자리'가 아닌 ‘학교측의 등록금 인상 타당성 설명회'였다. 게다가 그 설명 또한 어느 한 가지도 납득할 수 없었다.
둘째,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인상 근거가 터무니없다.

앞에서 이야기 한 ‘학교측의 등록금 인상 타당성 설명회'에서 학교가 제시한 등록금 인상 근거로는 주요사업 관련 332억, 신규 교직원 충원 관련 27억, 교직원 인건비 인상 관련 55억, 물가인상 관련 13억으로 모두 428억 가량이 2004년도에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필요한 금액대로 등록금을 인상하려면 20~30%가 인상될 것이나 어려운 경제사정과 다른 학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10% 이내로 인상율을 결정하겠다" 라고 했다. 물가인상이나 교직원 임금인상, 신규 교직원 충원 등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2004년 예상 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예상 지출만을 가지고 인상과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냐는 것이다. 작년 2003년 이월 적립금은 얼마나 되는지 올해 2004년 예상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지출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일반적인 가정에서 다음달 예산을 계획할 때 다음달 월급을 비롯한 기타 수입을 기준으로 지출을 계획하지 지출될 것을 먼저 계획하고 그 지출에 맞춰 수입을 예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학교는 지출될 것을 기준으로 수입을 맞추고 있다. 그 수입을 맞추기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등록금 인상의 진짜 근거는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물가인상률, 교직원 임금인상 따위가 아니라 학교의 재정관과 재정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셋째, 학교가 등록금 인상의 구체적 근거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의 구체적 요인을 알 수 있는 자료인 2003년 결산 및 2004년 예산을 학교는 현재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결산 및 예산은 이사회를 통과해야만 공개할 수 있다"라고 한다.
하지만 경희대, 건국대를 비롯한 다른 학교들에서는 이사회를 통과하지 않았음에도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가 어느해 보다 자료 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홍기삼 총장이 취임하면서 학생들과 약속한 병원회계와 학교회계가 분리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는 믿어달라고만 한다. 학교를 믿을 수 없어서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은 당연한 학생들의 알 권리이고 이사회에서 통과되어 공개되는 5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
등록금이 책정되는 시기인 12월이나 1월에 공개되어야 하고, 지금 3월은 회기가 끝났기에 이사회를 통과하지 않았더라도 통과될 자료는 분명 존재한다. 학교는 이 자료들을 반드시 빠른 시일 안에 공개해야 한다.
넷째, 학생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등록금 인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학교 수입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재단의 책임은 방기된 채 학생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학교당국이다.
2000년부터 지난 5년간 등록금은 40%가 인상되었지만 재단전입금은 제자리 수준이며 그 중 학교에 직접 투자되는 ‘경상비전입금’은 2000년부터 0원이다. 이것은 바로 재단에서 학교에 투자하는 돈이 없다는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법정부담금’이라고 하는 재단에서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돈까지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간다는 것이다. 재단에서 ‘법정부담금’ 명목으로 들어온 돈은 5억인데 같은 명목으로 지출된 돈은 25억이다.(현재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있는 02년 결산)
그렇다면 그 차액인 20억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나간 것일까?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학교의 재정구조 상 당연히 학생들의 등록금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학생들에게만 학교재정의 책임을 전가시키며 등록금을 인상하기에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가 발전하는 것을 학생들은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발전에의 부담이 학생들에게만 전가되는 것은 강력히 반대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의존해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반대한다. 책임 있는 재단의 역할이 전제되었을 때 학교와 학생이 동등한 입장으로 학교발전에 대해서, 등록금에 대해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임 수 욱
총학생회 학원자주화투쟁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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