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문화 어우러진 우리의 전통예술

당신에게 묻는다. 만약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소음과 스트레스를 피해 조용한 쉼터를 찾는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창덕궁 돌담을 오른쪽에 끼고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왼편으로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라 적힌 파란색 간판이 보인다. 박물관이라 하기에는 다소 소박한 모습에 한층 더 호기심이 생기는 곳. 그곳은 8차선의 큰 도로에서 골목으로 몇 분 들어가지 않음에도 마치 한적한 휴양지에 온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든다.

2층 사택을 개조해서 만든 이 박물관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어려워하고 다소 무관심했던 불교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재는 ‘중생의 염원’이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조선 영조시대 불화 화가로 유명했던 ‘의겸’의 ‘수월관음도’ 등을 비롯한 16~18세기의 불화, 불상, 공예 등을 볼 수 있다.


특징 알고 감상해야

서양미술만 보아오던 우리에게 불교미술은 다소 생소하고 어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교미술에는 오묘한 특징이 있어 이를 알고 본다면 한층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불화는 주로 청, 적, 녹, 황, 백의 오방색을 석채, 분체, 금, 은 등을 재료를 사용해 그리며, 그리는 곳은 종이, 비단, 면, 나무판 등 다양하다. 또한 불화의 소재는 거의 공식화 돼있다. 예를 들어 사천왕을 그리면 사천왕의 위치와 그들이 들고 있는 지물은 어느 불화나 같다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 접하는 불화이더라도 그 안의 인물이 들고 있는 지물을 보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조선후기 불화의 경우 그 전과는 다르게 원근감이 있는데 이는 서양화의 원근감 기법이 불화에 도입된 것이다.

불화의 소재는 불상 뒤의 후불탱화들이 일반적이지만 ‘팔상도’와 같이 이야기가 있는 것들도 있다. ‘팔상도’는 부처님이 태어나서 해탈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불경을 토대로 그린 것이다. 이것은 매우 광범위한 내용을 다뤘지만 세세한 표현까지 묘사돼있어 이를 하나하나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불화뿐만 아니라 박물관에는 불상, 공예 등 다른 불교미술작품도 많이 전시돼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서 바로 보이는 ‘석조여래좌상’은 코가 없는데 이는 아들을 바라는 마음인 ‘기자신앙’ 때문에 누군가가 코를 베어간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옛 유물을 보면서 시대적 상황을 짐작하는 것은 불교미술을 즐겁게 감상하는 방법이다. 
불교미술은 언뜻 보면 우리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지난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문화 속에 녹아 함께해온 분야이다. 때문에 스스로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 생활과 접목시켜 훨씬 재밌게 이를 접할 수 있다.


‘재밌게’접할 수 있어야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에 이렇듯 불교미술의 산 배움터가 있음에도 관심을 갖는 이가 적은 것은 안타깝다. 박물관 학예사 정유미씨는 “관람객의 50% 정도가 전공자”라며 “일반인들이 불교미술을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 분야의 과제”라고 말한다. 
이제 만약 당신이 빡빡한 서울 도심에서 일탈하고 싶다면 옛 왕이 있던 창덕궁을 창밖으로 보면서 한편으로는 불교미술 속에 숨은 우리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한국불교미술박물관으로 발걸음 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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