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반성적인’시선으로 접근하자

수상한 과학
전방욱 저
풀빛 출판 펴냄


생명공학은 그 옹호자와 비판자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야기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다. 생명공학의 옹호자들은 생명공학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고, 굶주리는 제3세계의 빈민들을 먹여살리고,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무병장수의 미래를 가져올 ‘꿈의 기술’이라고 믿는다. 반면 생명공학의 비판자들은 생명공학의 배후에 다국적 거대 생명공학 기업들의 상업적 동기가 도사리고 있음에 주목하면서, 지금껏 생명공학이 지닌 가능성은 과대포장된 반면 그 속에 내재한 잠재적 위험은 의도적으로 축소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생명공학을 둘러싼 이런 대립구도는 양측이 대등한 논쟁이라기보다는 그간 매우 경사진 모양새를 띠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언론 등 대중매체에서는 생명공학의 무한한 잠재력을 치켜세우면서 그것이 내포할 수 있는 사회적·윤리적 위험은 애써 외면함으로써 보도의 균형감을 상실해 왔다.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에서는 생명공학 비판 진영에서 과학자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생명공학의 옹호자들은 주로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비판자들은 주로 생명윤리 등을 전공하는 인문사회학자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있는 이런 불균형은 생명공학 관련 논쟁이 (실제로는 많은 부분 ‘과학적’ 논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두 문화(two cultures)’ 대립의 연장인 양 사람들에게 잘못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폐쇄적인 이공계 문화 탓에 대항전문가(counter-expert)의 성장이 극히 미약하고, 이 때문에 생명공학을 둘러싼 논쟁구도가 반쪽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한국의 현실에서 전방욱 교수의 책 ‘수상한 과학’은 가뭄 속의 단비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은 한국에서 생명공학 전공자가 자신의 전문성에 기반해 생명공학과 관련된 최근의 사건들과 쟁점들을 비판적으로 리뷰한 최초의 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저자는 유전자조작식품과 인간복제, 이종간 장기이식 등의 사안들에서 어떤 연구들이 있었고 그것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쫓아가면서 그것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쉽게 풀어 쓰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피상적인 찬반 논쟁 소개를 훨씬 뛰어넘어 한국사회에서의 본격적인 논쟁을 위한 자양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과학의 상업화와 이로 인한 과학 활동의 왜곡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좀더 ‘반성적인’ 과학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생명공학을 둘러싼 대립구도에 볼모로 잡혀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이 뒤섞인 채 생명공학을 이용한 여러 산물들이 사회로 확산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일반 시민들이 생명공학의 발전 과정에서 마땅히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보면서 단지 한 사람의 대항전문가가 아닌, 한국사회에서 극히 찾아보기 힘든 또 한 사람의 ‘시민과학자(citizen scientist)’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싶어 내심 반갑다.
전방욱 교수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한다.     
                   
김 명 진
본교 ‘기술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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