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신입생들의 통일 한마당

“통일의 기쁨을 안은 경의선 기차의 힘찬 기적 소리가 우리 가슴 속에 울려 퍼지길…”
 “서울에서 만나요! 경의선 기차 타고~ 평양에서 만나요! 경의선 타고… ”
북쪽. 가깝지만 멀리 있는 그 곳까지 들리도록 크게 더 크게 노래를 불렀던 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미래의 주역이 될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통일의 의지가 담긴 토론회를 진행했다. ‘금강산 통일 새내기 배움터’ 가 바로 그것이다.
이 행사에 동참했던 난 아직도 그때의 설레임과 긴장감을 잊지 못한다. 남과 북 대학생들의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던 그 날을 회상해 본다.

덜컹덜컹. 비포장 도로. 뿌연 먼지 속으로 들어가는 버스.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이곳은 말로만 들었던, 영화에서만 보았던 바로 북측이다. 오랜 시간 이동으로 지루하기만 했던 나에게 감당할 수 없는 긴장감이 밀려온다.
뚜벅뚜벅, 발과 손을 맞추며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걸어오는 인민군이 버스위로 올라탄다.
순간 버스 안에는 정적이 감돌고, 긴장된 숨소리만이 존재한다.

“몇명입네까?”
인민군이 이 정적을 깨뜨려 버린다. 
눈으로 학생들 인원을 확인하더니 다시 말을 뱉는다.
“짐칸 봅세다.”
단 두 마디와 쏘아보는 듯한 무서운 눈빛을 남기고 사라진 인민군. 긴장을 푸는 깊은 한숨과 함께 조심스럽게 여유가 찾아온다.
북측 출입국관리사무소(CIQ)에서 또한 남측보다 철저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무사히 ‘금강산 통일 새내기 배움터’의 행사장인 온정각에 도착했다. 간단한 입소식을 끝으로 오늘의 일정이 끝났다.

짧았지만 길게만 느껴졌던 하루. 북측을 오기 위해 밟는 절차로 하루라는 어마한 시간을 흘러 보내 씁쓸함이 남는다.
 다음날 오전 7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번 행사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북측대학생과의 만남을 위해 온정각 내에 있는 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북측대학생들의 만남을 기다리는 남측대학생들의 들뜬 심장소리로 행사장이 떠들썩하다.
약200m 떨어져 온정각과 마주보고 있는 김정숙 휴게소. 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북측대학생 100여명이 단일기를 흔들며 서서히 다가온다. 환한 미소로 “반갑습니다”를 외치며 행사장으로 들어간다.

금새 북측대학생과 남측대학생들의 만남의 열기로 문화회관은 후끈 달아오른다. 만남의 기쁨을 안고 ‘우리민족끼리’라는 주제로 행사가 진행됐다. 먼저 북측과 남측의 참가자 대표 학생의 통일과 단일국호 관련 학술제가 열렸다. 계속해서 우리민족 자랑대회가 행사장의 열기를 더해간다.

남측 새내기들은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 할 수 있는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으며, 북측 학생들은 마치 악극을 보는 듯한 공연을 보여 주었다. 남과 북의 준비한 공연을 모두 마치고 다함께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의 합창이 이어졌다.
남과 북이 두 손을 잡고 하나가 되어 부른 이 노래는 가까이 있지만 함께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울려 퍼졌을 것이다.

 오후 12시 30분. 김정숙 휴게소에 남측학생들과 북측학생들의 공동식사가 준비됐다. 눈인사로만 만족했던 남북의 대학생들이 마주보고 앉아 미소를 나눈다. 무엇이 그렇게도 궁금한지 질문들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새 음식을 먹여주며 술잔이 오고가며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이들의 행복 가득한 모습을 담고자 카메라의 셔터를 꾹 눌러본다.

“남측에서 온 기자입니까?”
카메라와 수첩을 든 나의 모습을 보고 말을 건넨다.
“네”
“같이 앉아서 식사 합시다”
오른쪽 어깨에 ‘기자’완장을 차고 있는 걸 보니 북측 기자인가보다. 
“내나라 비디오 촬영 부장 신동철 입네다”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온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국대학교 신문사 기자 이순재 입니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통성명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측에 와서 무엇이 신기 했습네까?”
“작은 마을이 많이 보였어요. 그런데 그 마을마다 높은 탑 같은 것이 있더라고요.”
“아, 그것은 영생탑 이라고 합네다.”

북측에는 마을마다 이 탑이 있다고 한다. 이 탑은 김일성 주석과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만찬장에서 여러 야채와 고기가 담긴 합성요리, 동그란 고기 속에 밥이 들어가 있고 인삼 맛이 나는 인삼찜, 조개를 넣고 끓인 섭죽, 남측의 탕수육 맛이 나는 생선 즙 튀김, 비빔밥과 흡사한 온밥 등 여러 종류의 맛갈나는 북측 음식들도 맛 볼 수 있었다.
 오후 4시. 삼일포 공동 등반이 이어졌다. 바위로 이뤄진 거대한 산과 넓은 호수의 장관이 눈이 부시다. 삼일포 경치에 취해 있을 무렵, 김미향이라는 소녀와 같이 오르게 됐다.
미향이는 청년중앙예술선전대의 무용배우라고 한다. 동갑이라는 공통점으로부터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사소한 가족 관계 남측에 대한 생각 등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 아이의 통일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삼일포 등산 코스는 짧게만 느껴졌다. 벌써 눈앞에 도착지가 들어온다. 다른 남북학생들도 헤어져야 할 것을 알기에 모두들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렇다. 삼일포 공동 등반을 마지막으로 북측대학생들의 만남은 헤어짐이 된다. 다시 만날 약속을 위해 서둘러 미향이와 나의 모습을 카메라에 소중히 담았고, 마지막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통일되면 꼭 만나자! 나 잊으면 안돼!”
“꼭 통일돼서 만나자! 우리는 꼭 만날 수 있을 거야. 잘가라우!”
아쉬운 이별은 눈물이 됐다.
 14일 마지막 날. 마지막까지 북측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기 위해 힘찬 도보행진을 한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북한주민들과 어린아이, 철조망에 매달려 “반갑습니다”라고 크게 외치는 남측대학생들, 번쩍 손을 흔들어 답을 해 보이는 북측 어르신.
분단현실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나의 방. 긴장의 연속이었던 3일간의 여정으로 몸이 지쳤나보다. 스르르 잠이 든 난 꿈을 꾼다.
따뜻한 햇살로 눈이 부신 이른 오후…
‘서울 → 평양’이라는 표지판 앞에 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기차가 있다. 어린아이서부터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할 것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차에 오른다.
창 밖은 이들의 행복이 넘쳐흐른다. 뿌뿌뿌~우, 통일의 기쁨을 안은 경의선 기차의 힘찬 기적 소리가 우리의 가슴속에 울려 퍼진다.

경주캠 이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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