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조국’의 딸들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서 해방된 지 59년이 지났지만 해방됐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난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 연행돼 수모 당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12년 동안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를 하며 일본정부에게 위안부 문제해결을 요구했지만 어느 것 하나 약속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92년 1월 8일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인 시위가 600회를 맞는 지난 17일. 위안부 할머니들은 수녀, 일본인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함께 비좁은 일본대사관 앞 도로 위에 모였다.
한편으로는 이들이 인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몸으로 스크럼을 짜고 둘러 싼 전경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본아! 정신대는 네 얼굴이다’
위안부 할머니의 피켓과 풍물패의 길놀이로 시작된 집회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위안부 할머니 10여명과 고등학생, 정치인, 시민단체 등 3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붉은 카드를 들고 일본정부가 정신대 문제를 공식사과하고 전쟁범죄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특히 오키나와 일본인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직접 만든 노래를 연주하고 “오키나와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할머니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국에 왔다”며 “돌아가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것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 얼굴과 일장기에 낙서한 사진을 들고 집회장 가운데에 서서 항의하는 일본인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집회가 끝날 무렵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일본대사관에 항의서한을 공식전달했다.

“600차가 말이 되냐, 나라가 있다면 우리를 이렇게 내버려 두겠냐”며 울먹여 말하는 이용수(76) 위안부 할머니. 
얼마전 다른 피해자 할머니는 숨을 거두며 이 할머니에게 “200년을 살아라, 살아서 일본이 사과하는 거 보고 오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날 집회는 △일본 △미국 △독일 등 7개국의 대사관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전 세계적인 시위였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오랜 시간동안 자신들의 목소리조차 듣지 않는 일본대사관을 12년 동안 쉬지 않고 찾아갔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일본정부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얼마 전 위안부 누드 사건으로 수요집회와  할머니들의 투쟁이 알려지게 됐지만 할머니들은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다. 누드사건 등으로 시끄러울 때는 하루에 몇 천 명씩 홈페이지에 들어와 서버가 다운되고 자원봉사도 있지만 그 때가 지나면 또 잠잠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정부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광복 60주년을 눈앞에 둔 지금, 지난 60년 동안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이 찾아오는 날이 진정한 ‘광복’의 그날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