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맛’ 전하는 新 맹물기자

하는 일이 야무지지 못하고 싱거운 사람을 일컬어 흔히 ‘이 사람 맹물 같네~!’라고 한다. 하지만 싱겁기는커녕 삶의 양념을 고루 담아 인생의 진솔한 맛을 전하는 ‘신(新) 맹물기자’가 있다. 연합뉴스 정치부 기자 맹찬형(철93졸) 동문이 그다. 그가 맹물기자로 불리게 된 데는 남다른 까닭이 있다.

지난 99년 10월경 발생한 공군기 추락사건의 경위를 밝히려 했던 그는 언론 접근이 어려운 국방부를 끈질기게 취재한 끝에 기름대신 물을 주입했다는 추락원인을 밝혀낸 것이다. 이 기사로 국방부의 은폐사실을 밝혀내 특종을 보도한 공이 인정돼 한국의 퓰리처상이라 할만한 제31회 한국기자상 대상과 제4회 삼성언론상 보도부문 등을 수상했다. 이후 맹 동문은 이 기사로 인해 ‘맹물 전투기’라는 신조어가 생기게 되면서 ‘맹물 기자’로 통하게 됐다.

맹 동문은 군 복무 시절 “시민의 힘을 키우고 사회적 담론을 활발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소박한 포부에 따라 기자의 꿈을 품었다고 한다.
특히 그가 갓 입학한 86년도는 대부분의 대학인들이 ‘독재타도’를 외쳤던 한국현대사의 암흑기였다.

맹 기자 역시 시위에 참가해 구류를 당하기도 했다. 특히 87년 6월 항쟁 때, 돌에 맞아 생긴 그때의 상처는 아직까지 비 오는 날이면 욱씬거려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곤 한다. 그는 “시대가 변한만큼 현재 대학생들이 386세대와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공통적인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는 필요하다”며 현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 부족을 꼬집었다.
 
그는 연합뉴스 입사 후 사회부 기자로 세계각지를 돌아다니며 괌 KAL기 사고와 캄보디아 베트남 항공사에서 발생한 원광대 의료지원단 사고 등 가장 발 빠르게 사고 현장을 전했다.
특히 대만지진 때는 여진이 발생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취재를 계속해야 했다. 이 당시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한국 119 구조대가 아이를 구출하는 현장을 취재해 생생히 전하기도 했다.

맹 동문은 “언론은 사회의 모든 갈등이 풀리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언론은 완충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회가 분열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4·15 총선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언론사와 언론인 모두 어느 때보다 ‘반성과 자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장금’이란 드라마에서 장금의 스승인 장덕이 장금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단순하고 열정적인 것이라고. 저도 앞으로 그렇게 살아볼 겁니다.”
앞으로 외국 특파원이 되어 로이터, AP 등 해외 통신사들과 직접 경쟁해보고 싶다는 맹 동문.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패기 넘치는 그의 각오에서 20대 젊은이의 열정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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