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송환’은 ‘마치 혼자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상영시간 내내 관객을 영화 속에 몰입하게 했다.
영화 관람 뒤 이어진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자리. 여느 시사회처럼 감독, 출연자들의 화려한 ‘쇼’가 아닌 진솔한 만남의 자리였다.
“그냥 편하게 앉아서 얘기하죠.” 편한 복장의 김동원 감독은 아무 거리낌 없이 무대 바닥에 걸터앉는다. 거추장스러운 의자보다 바닥이 편하다는 그는 옆집 아저씨와 같은 편안함으로 관객을 대했다.

- 장기수를 영화로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 지난 92년 비전향 장기수 김석형(당시 78세/30년 복역)씨와 조창손(당시 63세/30년 복역)씨가 출소 후 저와 같은 동네로 오시게 됐어요. 이후 비전향 장기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들의 생활을 별다른 기획 없이 무작정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 대학생들에게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와 분단의 현실에서 살고 있는 우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소재는 ‘비전향 장기수’라는 정치적 사안이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에 관한 이념이나 사상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저부터도 그것들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 이념이나 사상을 벗어나 그 분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하신지요

= 아직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단지 지금은 비전향 장기수들이 송환된 후 이곳에 남아있는 전향 장기수들의 송환 외침을 촬영중이죠. 전향 장기수들은 강제 전향한 것임에도 죄책감에 지금까지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2차 송환 다큐가 될지 휴먼 다큐가 될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남 모를 아픔을 카메라에 꼭 한번 담고 싶습니다.


나지막한 음성으로 조용히 간담회를 이끌어 가던 그는 끝까지 관객의 질의에 성의있게 답해줬다. 영화가 드라마적 구성으로만 흐르는 것을 막고, 사람들 삶의 과정을 실재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선택했다는 김동원 감독. 그에게 다시 한 번 관객과 감독 자신, 그리고 우리에게 이 사회를 살아가고 지탱하는 것이 바로 ‘사람’ 임을 보여주는 또 한편의 따뜻한 감동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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