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들의 진솔한 삶 담아내

본사와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공동주최로 김동원 감독의 영화 ‘송환’ 상영회가 지난 2일 학림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송환’은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으로 송환되기까지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며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본상인 ‘표현의 자유상’을 수상했다.
상영회가 끝난 후 감독과 관객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편집자


“이 지구상의 어머니들에게 정말 호소하고 싶은 것이 아들을 나으려거든 정말로 나이팅게일 같은 사람을 낳으라는 거야. 그리고 구두 만드는 사람은 끄트머리를 좀 말랑하게 하란 말야. 내가 구두 끄트머리에 맞아 다리가 다 이렇게 죽갔다고” 김영식씨는 다리를 들추며 살이 죽은 것을 보여준다.

그는 왜 그토록 나이팅게일을 외치고 구두 탓을 하는 걸까. 그는 62년 남파된 연락선의 무전수 출신이다. 쉽게 말해 간첩. 그는 간첩이란 이유로 수십 년을 감옥에서 살았고 폭력과 협박 속에 갖은 고통을 겪었다.
그것이 김영식 씨 뿐이랴. 많은 이들이 모진 삶을 살았고 그 중에는 30년 이상을 감옥에서 산 사람들도 있다.

영화 ‘송환’은 이들과 같은 간첩,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김동원 감독이 비전향 장기수들과 12년을 함께 하며 찍었는데 그 어떤 것보다 사실적이고 진솔함이 느껴진다.
어떤 이는 영화를 보며 그들이 빨갱이니까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빨갱이는 사람도 아닌 것처럼.

영화는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생활을 밀착한 것이다. 그들은 출감해 요양소나 빈민촌 어딘가에서 살아간다.
우리와 달리 생기지도 않고 우리들 할아버지와 같이 다정다감하시다. 가끔 북의 사상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빼고. 장기수 할아버지들은 사상이 국가보안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들은 남측 사상을 강요받고 그들의 신념은 잘못됐고 그래서 꺾으라고 했다.

누군가 내 생각을 마음대로 조정한다고 생각해 봤는가. 지금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데 내 생각을 부정하고 다른 것를 좋아하라고 한다. 어느 정도 내 생각을 관철시키지만 과도한 폭력과 협박이 가해지자 생각은 조금씩 흔들린다.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은 30년 이상 골방에 갖혀야하는 것이고 그래서 바뀌지 않았음에도 바꿨다고 속인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는가. 하지만 엄연히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자행된 일이고 아직 진행중인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에게는 살아가는 가치관과 신념이 있다. 그것이 사회주의이건 민주주의이건 자신 안에 간직한 것은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일 뿐 타자가 간섭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비전향 장기수들은 당연한 듯 침해받았다. 너와 나의 생각이 다르다고 무참히 짓밟혔다.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은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단지 우리와 생각이 다를 뿐임에도.

하지만 분단이 되고 서로에 대한 이해는 묵살된 듯하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각자의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평행한 두 직선에게 꼭지점이 없는 것처럼 남과 북이 만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송환’은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 경보음을 울린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단지 다를 뿐이다.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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