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통해 자비 실천한 천태대사 지의

깨달음 통해 자비 실천한 천태대사 지의
(1690-1756)
자비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慈悲라고 글자를 써보자. 사람들은 불교를 자비라는 단어로 가장 쉽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자비의 두 글자는 모두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와야 한다고 마음 심(心)을 바탕에 두고 있다. 더구나 사랑하되 슬픔과 비애를 느끼는 진정한 사랑을 하라고 한다.

진실한, 그리고도 지극한 사랑의 정신을 찾아 중국 남북조시대를 찾아 가보자. 수나라가 중국 대륙을 통일할 때까지 피비린내 나는 군웅할거의 시대였다. 천태대사인 지의는 어릴 적 살던 곳이 적군에 의해 급습 당하고 부모와 친지들이 눈앞에서 살육을 당할 때, 어린 눈의 그는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18세인 지의는 대불상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맹세하였다. 이 세상을 넘치는 자비의 바다로 만들겠다고. 극구 말리는 형을 뒤로하고 출가사문의 길로 나섰다. 아마도 어릴 적 가까운 절에 놀러갔을 때 많은 스님들이 다같이 ‘관세음보살...’을 외우는 장중한 소리가 그를 지금의 불문으로 이끌었으리라.
그 맹세가 얼마나 컸던지, 덕안은 사미를 거쳐 계를 받고 스승을 찾아 쉼 없이 경전공부를 하고 ‘지의’라는 법명을 얻게 된다. 어떤 힘이 그를 추진시켰는지 당시 인도로부터 수입된 경전 대부분을 읽어버렸다.

그리곤 경전이라는 심연에서 자비를 찾고 또 찾았다. 방대한 대장경을 모두 조사하고 탐구하고 분류하여도 그 자비는 마음으로 와 닿지 못했다. 진정한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만류하는 국왕과 대중들을 뒤로하고 천태산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모르는 밀행 즉 두타행을 지속하던 어느 캄캄한 밤. 번개와 천둥 그리고 벼락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신비로운 노승. 그에게 이르기를, “이 사람아 아직도 어릴 적 원한에 사무쳐 있는가!”
어릴 적 맹세를 잊지 않았지만, 그 맹세가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느낀 그 순간, 캄캄한 밤임에도 세상은 대낮처럼 밝게 보이는 것을. 후일 사람들은 이를 두고 천태산 ‘화정봉 깨달음’이라 하였다. 그는 다시 시작했다. 탐구했던 경전을 바탕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진정으로 자비를 체득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체득이란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고요히[止], 그리고 관조하는 지혜를 계발[觀]하도록 해주자. 그리고 그는 단계적 지관, 무단계적 지관, 원돈지관을 비롯하여, 삼매에 들어가는 네 가지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더 나아가 현실과 공(空)의 세계를 넘어 원융무애에 도달하는 치밀한 수행실천의 지도를 그리고, 이를 천태사상으로 완성시켰다.
오늘날까지 동북아의 수많은 선지식들 중 천태대사의 영향을 받지 않은 분이 계실까? 사랑이 동사이듯, 자비란 철저한 수행으로 보살의 마음을 일으키도록 가르친 천태대사는 진정한 자비의 화신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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