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의 사유와 이미지 - 연장에서 생성으로

박성수 저
이룸 출판 펴냄


들뢰즈(Gilles Deleuze)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영화에서 자신의 철학적 개념과 사상을 사유하였다. 흔히 철학에서 다루는 주제는 가장 논리적이고 개념적인 형이상학적 대상이다. 그러나 영화는 감각과 정서를 통해 형이상학적 사유를 넘어서며, 지금까지 사유가 놓치고 있던 새로운 영역을 사고하게 만든다. 박성수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들뢰즈의 사유방식을 소개한다. 박성수의 ‘들뢰즈’에서 1부는 들뢰즈의 저작 ‘영화1, 2’를 토대로 설명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감각의 논리’를 토대로 하고 있다.

영화와 회화라는 두 영역을 다루는 이 책에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개념은 ‘내재성의 평면’이다. 영화에서는 ‘카메라의 코기토’를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인 지각과 시점으로 인해 야기되는 시각을 넘어서게 해준다. 이로써 영화는 보다 더 절대적 이미지 체제로 다가가게 해준다. 또한 영화는 이미지의 무한한 교환과 증폭을 통해 지각적·감각적 경계를 흐릿하게 하여 시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시간 이미지는 전체의 연속과 통일을 향해 구성되고 계열화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는 사운드와 더불어 계열을 형성하지만, 이 두 계열은 서로 통일적으로 결합되고 유사성으로 모방되지도 않는 관계이다. 각자의 계열은 서로 극단적으로 분산되고 확대됨으로써, 영화의 이야기 자체도 계열화되게 만든다.

이로써 영화의 이미지는 읽기의 대상이 되고, 하나의 사건이 된다. 카메라와 영화를 통해서 드러나는 이러한 무한적 이미지의 세계가 바로 들뢰즈가 제시하는 내재성의 평면이다.
회화에서 내재성의 구도는 시각적인 것과 촉각적인 것의 혼재, 힘으로 감각되는 다이어그램 등을 통해서 드러난다. 각 계열들은 아무런 공통축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환기시키고 지우며 끝없이 내재성의 평면으로 접근한다. 이 방식은 이미지 존재론에서 구상과 추상의 이원론이 아닌, 존재론적 일원성과 다원적 비가시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들뢰즈’에서 박성수는 전반적으로 들뢰즈를 ‘해체’ 철학자라고 여기고 있다. 들뢰즈가 내재성의 평면이라는 개념으로 무한히 사유와 이미지를 연장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이미지와 개념으로 인해 들뢰즈가 강조하고 있는 개념은 연장이 아니라 ‘생성’이다. 영화에서 내재성의 평면은 이미지들의 무한한 확장이긴 하지만, 들뢰즈가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이미지들이 구성되고 서로 관계맺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들뢰즈는 크리스탈 이미지를 통해 시간의 이중운동과 이미지의 생성이라는 ‘이미지의 양화(量化)’와 ‘실재적 양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보충하자면, 이 크리스탈 이미지는 기억을 현재화하며 또 다른 불분명한 깊이를 보존하고 채우는 시간의 이중운동으로, 이로 인해 이미지의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고 발현되며 이미지가 생성된다. 이는 근대영화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들뢰즈의 개념을 전반적으로 쉽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들뢰즈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들뢰즈의 조언처럼, 책은 “환경”만을 제시할 뿐이다. 그 속에서 “관계”를 생성시키는 것은 모두 독자에게 달려있다.

윤연정
영어영문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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