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사립대학 재정구조 개선돼야

올해 역시 등록금문제가 어김없이 대학가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본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이 5%∼10%의 등록금을 인상함에 따라 학교측과 학생회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끊임없이 반복되는 등록금 인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본교 등록금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았다.                                     편집자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2월에 비해 1.0% 상승해 작년 3월(1.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국·공립대 10.9%, 사립대 7.1%, 중·고교 4.5% 등 교육비 인상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인상률에 따라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대학들의 주장과 달리 매년 물가인상률을 2∼3배 웃도는 등록금인상이 오히려 물가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50년간 우리 정부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수하면서 대학 운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비용을 학생·학부모에게 부담시켜 왔다.

이러한 개인 부담은 최근 10여년간 “정부의 지원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결정케한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추진으로 극에 달하고 있다.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 영역으로 상품화하고, 학생을 교육서비스의 수요자, 고객으로 국한시키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시장원리를 무분별하게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서 결정될 수 없는 사회적 공공재다. ‘교육기본법'이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인력을 채용하는 기업과 최종적으로 기업의 이익 증대가 귀결되는 국가 또한 대학교육의 수혜자다. 따라서 국가는 교육비 부담의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며, 사립대학의 경우 국가로부터 자발적으로 교육사업을 위임받은 사학법인에게 동일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2002년 현재 전체 사립대학 재정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0%를 웃돌고 있는 반면, 법인전입금은 4.8%, 국고보조금은 3.4%, 기부금은 10%에 불과하다. 국가와 사학법인의 책임이 외부 기부금보다도 못한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수입구조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된다는 데 있다. 정부와 대학당국이 말로만 ‘대학발전'을 주장할 뿐, 정작 자신들의 책임은 방기하고 모든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대학예산을 확대하기보다는, 올해부터 전체 대학에 일괄적으로 지급해오던 일반지원사업비마저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사립대학들은 여전히 토지 및 임야 등 저수익성재산을 고수익성재산으로 전환하지 않은 채, 재단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전입금을 내지 않고 있다.

동국대 역시 2002년 현재 수익용기본재산의 76%를 수익률이 0.05%에 불과한 토지 및 임야로 보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사립대학들은 학생등록금이 대부분인 교비로 기본적인 시설투자는 물론, 병원 설립까지 불법적으로 하고 있다.
학생등록금에만 의존되어 있는 지금의 왜곡된 사립대학 재정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대학발전과 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요원한 길이다. 사립대학들은 학생등록금 인상을 주장하기 전에 재단의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용기본재산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자구노력과 함께, 재단전입금 확충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또한 국가교육재정 확보를 통해 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한다. 2002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민간부담 비율은 79.3%(99년)로, OECD 회원국가 평균(20.8%,99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익자부담원칙을 강조하는 미국(53.1%,99년)보다도 높다.
정부가 04년 현재 전체 대학 예산(2조9천억원)보다도 많은 30∼40억달러(약 3조6천억∼4조8천억원)를 미군용산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할 재정이 있다면 교육재정 확보부터 고민할 일이다.

이 수 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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