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응답자 73%, “지도 앱 없이 길 찾기 어려워”
손상된 해마 개선 적정 나이, 20대
디지털 기기와 거리두기, ‘디지털 디톡스’ 필요

                       ▲디지털 기기에 의존할수록 기억력은 감퇴된다 (사진=Pixabay.)
                       ▲디지털 기기에 의존할수록 기억력은 감퇴된다 (사진=Pixabay.)

알람 소리에 눈을 뜨는 아침. 흘러나오는 노래와 함께 내비게이션을 켜 길을 걷는다. 강의실에 도착해 태블릿 PC로 필기를 하고 노트북으로 과제를 한다. 이후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기록하고, 유튜브를 시청하며 집으로 향한다. 우리는 깨어나서 잠들기까지 디지털 기기와 함께한다. 심지어 이 작은 기기에 몰두하던 시각과 청각에 잠깐동안 적막이 흐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만큼 디지털 기기는 우리 생활의 전부가 됐다. 작은 화면 속 세상의 편리함으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 기억력, 계산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디지털 치매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바로 지금, 디지털 치매의 증상과 극복 방법을 동대신문이 알아봤다.

깜빡깜빡? 디지털 치매 신호
터치 한 번이 인간의 기억력을 능가할 만큼 디지털 기기는 우리의 사고를 대신해주고 있다. 우리 일상의 사소한 정보를 저장하고 대신 기억해주면서 기억의 필요성 또한 옅어졌다. 전화하기 위해 저장해둔 번호를 클릭하고, 기억해야 할 문서 내용을 컴퓨터에 저장해두는 것처럼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의 번호, 친구의 생일을 깜빡하는 등 단순한 정보 암기와 암산마저 어려운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우리는 이를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 부른다.

‘디지털 치매’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으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정보에 대해 기억력 감퇴가 일어나는 상태다.  과거에 비해 우리의 뇌는 암기 능력보다 검색 능력에 치우쳐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습관은 뇌의 퇴화를 불러와 ‘디지털 치매 증후군’으로 나타난다. 일상에서 기억이 안 나는 순간을 단순 건망증으로 넘겨짚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 감퇴 증상을 지속해서 경험하면 해마가 손상된다. 해마란 뇌의 변연계 안에 있는 기관으로 기억의 저장과 상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기를 많이 할수록 뇌의 세포가 많아져 해마의 크기는 커진다.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마는 축소된다. 노후에는 해마가 발달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활용에 능숙한 젊은 층이 ‘디지털 치매’에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20대 대상 ‘디지털 치매 중상 경험’ 설문조사 결과 (일러스트=김다영 기자.)
▲20대 대상 ‘디지털 치매 중상 경험’ 설문조사 결과 (일러스트=김다영 기자.)

일상에서 느끼는 디지털 치매의 심각성
일상에 디지털 기기가 깊이 스며든 만큼, 디지털 치매의 위험성 역시 증가했다. 동대신문이 20대를 대상으로 4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디지털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을 겪어본 적 있다는 응답이 다수 집계됐다. 디지털 치매 대표 증상 중 ‘내비게이션 혹은 지도 앱 없이 길을 찾기 어려운가?’ 항목에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73%, ‘아는 영어 단어나 한자를 기억해 내기 어려운가?’ 항목에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49%로 절반 이상 혹은 절반에 가까운 수치가 집계됐다. 이외에도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드문가?’ 항목에는 36%가, ‘애창곡도 가사를 보지 못하면 부르기 어려운가?’ 항목에는 31%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3개 이하인가?’ 항목에는 25%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현수(사회 22) 학우는 “긴 통학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카카오 맵’ 등 지도 앱이 제공하는 대중교통 정보를 자주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지도 앱, 전화번호 저장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없다면 일상생활에 있어 큰 불편을 겪을 것 같다”며 지나친 디지털 기기 의존이 디지털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현대인 대부분의 삶에 디지털 기기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의 부재가 초래할 문제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디지털 치매는 단지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0년 전국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3%가 스스로 디지털 치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치매에 대해 불안감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43.9%로, 이는 현대인들이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응답자 중 64.2%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61.7%는 ‘스마트폰을 두고 외출하면 불안하다’고 답했다. 심지어 취침 전에 스마트폰을 손 닿기 쉬운 곳에 두거나 손에 쥔 채 잠을 자는 이들의 비율은 2014년 49.2%에서 2017년 59.1%, 2019년 64.8%까지 증가했다. 점점 더 많은 현대인들이 디지털 치매의 덫에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이모코그 사가 개발한 ‘코그테라’ (사진=이모코그 홈페이지.)
▲이모코그 사가 개발한 ‘코그테라’ (사진=이모코그 홈페이지.)

코그테라, 치매가 두려운 이들을 위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디지털 치료제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초로 확증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치료제가 등장했다. 경도인지장애(초기 치매 단계)를 가진 환자들을 진단, 예방하는 ‘코그테라’이다. 기업 ‘이모코그’가 개발한 코그테라는 유일하게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공식 인정을 받은 디지털 치매 치료제다. 약물이 아닌 AI를 활용해 환자의 인지기능 상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난이도를 조정해 인지치료를 진행한다. 세포가 생성되지 않아 해마가 개선되지 않는 노인과는 다르게 디지털 기기에 노출돼 있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노후를 위해 신경망 강화를 하는 예방 훈련이다. 코그테라는 2024년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평소에 자주 뇌를 자극하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 손가락 운동은 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양손을 펼친 후 손끝을 부딪치거나, 엄지와 소지를 교차로 접어 뇌를 자극할 수 있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을 사용하는 등 자주 사용하지 않는 손을 사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통해서도 디지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요법이다. 현대인의 일상인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과도하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30분 정도로 시작해 사용 제한 시간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 메신저 알림을 확인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독서, 명상으로 보내는 방법 역시 디톡스 효과가 있다. 산책이나 운동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도 디지털 바다 속에서 스마트폰이라는 배를 타고 항해 중일지도 모른다. 이때 우리는 배를 타고 나아갈 뿐, 배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배를 만든 창조주가 배에 갇혀 사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가끔은 액정에서 나와 산책, 독서, 친구와의 시간 등이 기다리고 있는 일상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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