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거듭나라

동대신문이 창간 54주년을 맞는다. 잔치날에 동대신문의 앞날을 걱정해야하니 우울할 뿐이다. ‘민족 동대’의 횃불이며 노래이며 숨결이었던 그 옛날의 위용은 어디로 갔기에 ‘동대신문의 위기’를 운운하는가.
학내 사정에 밝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지도 못했으면서도 동대신문을 논한다는 것이 어쩌면 치기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대신문사에서 고뇌하고 사색했던 시간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동인의 한사람으로서 오늘의 위기를 그냥 지나칠수 없기에 감히 기고를 결심하게 되었다.
동대신문을 격주간으로 발행하고 부수도 줄인다는 학교 당국의 발언이 학기초에 대두됐다. 가슴아픈 일이다. 신문 질이 떨어지면 그 질을 높이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서 아닌가.

아무도 그런 것에는 관심을 쏟지 않는 것 같다. ‘동대신문의 위기’는 격주 발간 제의로 불거진 어찌보면 동대신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는 호기로 삼을 수도 있겠다. 이번 기회를 통해 동대신문은 거듭나고 학교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동대신문이 되길 기대한다.


동대신문의 위기

우리사회는 급격한 속도로 변하고 있다. 대학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정의와 진리만 외치면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던 ‘고고한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화라는 이름의 거대한 자본의 물결이 모든 것을 삼키고 있다.
우리 대학사회도 자본논리에 휩쓸려 기존의 좌표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언론도 이런 물결에 의연할 수는 없다. 아니 더 적극적으로 이러한 흐름과 세태를 담아내야 한다. 70년대에는 아카데미즘, 80년대 저널리즘에 충실했다면 90년대는 이념이 신문제작의 중요한 인자가 되었고 이제 새천년을 넘어와서는 엄청난 변화 속의 정보를 담아내기에 바쁘다.

솔직히 거의 모든 대학신문들은 이런 시대변화에 자기위상과 역할을 찾느라 내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여진다.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대학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혁명적 변화는 주간으로 발행되는 대학신문의 입지를 갈수록 축소시킬 것이다.
갈수록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엉성한 취재시스템, 아마추어적 기자소양, 부실한 지원으로는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지면을 제작하는 데 원초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대학언론의 변화, 대학 사회의 변화

창간 54주년을 맞는 동대신문도 마찬가지다. 대학사회의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나름의 좌표설정에도 실패했다고 보여진다. 여기에 위기의 본질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넘을 수 있는가.
먼저 동대신문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다양화로 대학신문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대학사회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교육현실에서 대학신문은 학교발전에 디딤돌이 돼야 한다. 동대신문 역시 ‘동국 중흥’이라는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 종립학교의 위상정립과 학교발전을 위한 재정확보, 학문연구와 사회진출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동대신문은 건전한 비판세력이 되어야 하며 여론수렴의 장이 돼야 한다.
둘째 제작, 편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일간지 기자들의 기획, 편집 능력만큼은 힘들더라도 저널리스트로서의 기본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모든 기획은 동국중흥에 맞춰야 하고 학내필진의 폭을 넓히고 교수, 학생, 직원, 동문, 교계 각 주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학생기자들의 재교육과 사회진출 프로그램화을 통한 재생산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학생기자들이 동대신문을 입사해 신문 제작에 매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장학금 제도 등 각 종 지원책은 물론이고 언론계로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학생기자들이 자꾸 중도에서 떠나가는 풍토에서는 백약이 무효이다. 이들을 붙들 수 있는 어느정도 진로가 보장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언론관 확립, 신문 제작 기술 습득과 함께 취업을 위한 교육등도 매우 중요하다고 보겠다.


동대신문의 과제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먼저 동대신문의 위상과 관련 학교당국은 과감한 투자와 관심을 가지길 부탁한다. 신문사, 영자신문, 방송사, 교지로 나뉘어진 학내언론을 자기 역할과 역량에 맞게 재배치해야 한다. 현 6학기제 학생기자 운영 등 시스템도 개선해 학생기자들의 편집국 기능을 강화 할 수 있어야 한다. 경험과 실무 능력을 겸비한 동인에게 편집국의 실무를 맡겨 편집국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중앙대의 성공사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독자가 외면하는 신문은 존재이유가 없다. 학생기자들은 기획과 편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동대신문의 문을 열어야 한다. 기획위원회 등을 구성해 신문의 편집방향을 논의하고 장기기획이나 필진으로 참여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랄 수 있겠다.
또 신문 모니터제를 도입하여 지면의 감시체계를 구축해야한다. 학내 여론흐름과 제작실무를 잘 아는 동인들을 참여시켜 한 주 제작한 신문을 평가받고 다음 신문에 개선내용을 반영하는 모니터링 제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기자교육 프로그램을 도입, 기자들의 안목을 높이고 전문소양을 쌓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 학생기자교육은 입사 후 6개월의 수습교육과 1년에 두 번 이루어지는 방학중 세미나가 전부라고 한다. 이런 정도로는 신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 현재 이루어지는 교육프로그램의 내실을 기하는 한편 외부 기관 위탁교육, 동문출신 언론인들에 의한 실무교육 등을 통해 학생기자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생각들

최근의 격주발간 논의에서 나타났듯이 동대신문을 보는 학교당국의 시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동대신문 발전을 위해 여론 수렴을 하는 공개 토론의 장을 시급히 마련했으면 한다. 학내 각 주체들의 동대신문에 대한 요구사항과 평가들을 청취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으는 공개적인 자리를 갖고 민주적인 토론과 합의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동대신문을 학교홍보지로 격하시키려는 시도를 경계한다. 동대신문은 학교 홍보실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학내 주체들의 참여와 비판이 보장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물론 ‘동국 중흥’을 위해 학교신문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방적, 무조건적 선전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느 조직이건 건전한 비판이 있어야 발전을 하는 하는 것이다. 비판과 토론이 수용되지 않는 일방향적 흐름은 학교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될 일이 아니다. 길게는 독이 될 뿐이다.
셋째 동대신문사가 언론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각종 장학제도와 지원에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학교당국의 노력과 더불어 동인들도 모교발전과 동대신문 혁신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동인들은 동인회 기금조성을 비롯해 동대신문 출신들이 중심이 돼 동국언론인회 조직과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후배들과의 접촉을 통해 이들에게 살아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선, 후배의 만남을 학교당국이 의지를 갖고 주선해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누가 뭐래도 동대신문의 혁신 주체는 학생기자들이다. 그들이 손을 놓고 사태를 방관하거나, 변화의 흐름을 놓치거나, 변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동대신문에 미래가 없다. 늘 열려있고 늘 깨어있어야 한다. 동대신문 54년은 위대했고, 앞으로도 위대하리라고 믿는다.
동대신문이 사랑의 매를 맞고 사랑받는 신문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시련이 있기에 더욱 튼실하게 자랄 것으로 믿는다.

김 택 근
경향신문사 편집국 문화담당 부국장
(국문79졸, 본사 77년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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