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자유 추구하는 현대인들

김은석 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10여년이 넘었던가. 저자인 김은석 교수를 제주도에서 만난 기억이 있다. 사학도인 김교수가 아나키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다소 신기하게 생각했고, 아마도 제주도의 아나키즘적 기질을 받은 것 같다고 농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 후 김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아나키즘으로 썼고, 이제 이를 재정리 보안하여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을 출판하였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나키즘은 거의 논의되지 않아서 이미 사라져 버린 이념처럼 보였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나키즘의 사상은 많은 관심과 흥미를 끌게 되었다. 자주 공동체 운동, 환경 생태 운동, 평화 운동, 각 종 문화 및 문학 사조에 이르기까지 아나키즘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한 기존의 처방이 한계에 이르렀고 신선감을 상실한 데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나키즘은 자연적인 조화의 찬미와 권위에 대한 저항을 통치기구의 부정으로 연결시키면서 정치 사회철학의 제문제에 풍부한 상상력과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아나키즘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의 발간은 동학도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저자는 아나키즘을 개인주의적 아나키즘과 사회주의적 아나키즘으로 대별하고,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의 대표적 인물들의 사상을 개괄하고 분석하고 있다.
즉 고드윈의 인도주의적 아나키즘, 슈티르너의 에고이스트적 아나키즘, 터커의 자유방임적 아나키즘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사회주의적 아나키즘보다는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이 일체의 구속과 지배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아나키즘의 궁극적 목적에 목표에 가깝다고 하면서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에 애정을 보내고 있다.

이에는 여러가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아나키즘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왜냐하면 독단과 권위를 배제하고 완벽한 흉내를 내는 이론을 피하면서 극도의 자유와 개인적 판단의 우위를 강조하는 아나키즘의 자유인적 태도의 성격은 각양각색의 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이미 열어놓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아나키즘의 큰 지향점은 개인의 자유와 자주성을 바탕으로 하면서 공통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해 아나키스트들은 분노하고 저항하고 그러면서 동태적 계기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이론을 제시한다. 저자의 글에서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적 단초를 좀 더 명확히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나키즘의 공동체적 성격을 가벼이 하면 아나키즘의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은 아나키즘과 자유주의의 관계에서 더욱 그러하다. 또한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이 현재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많은 지면이 할애되었으면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나키즘의 시대가 도래되었다고 주장하는 석학들도 등장하고 있는 차제에 이 책의 출간은 아나키즘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방 영 준
성신여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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