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은 3년 전 입국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다. 연수생으로 들어왔다가 이탈해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일했다. 그러다 작년 말 합법화 조치 대상이 되어 E-9비자를 받았다. ‘시티’는 이보다 1년 늦게 한국에 들어와 역시 E-9비자를 가지고 있다. 올해 26살이 된 시티는 인도네시아가 고향이다. 이들은 결혼식은 따로 하지 못했지만, 아직 신혼의 단내가 풋풋한 부부다.

이슬람과 시티를 처음 만난 건 지난달 초 센터 방문을 통해서다. “우리, 한국말 잘 몰라요. 도와주세요.”라며 운을 뗀 이들의 사연은 합법화조치 이후 전체 상담의 절반을 넘기고 있는 ‘사업장 이동’ 문제였다.

이들은 1년 전부터 김포에 있는 가구공장에서 함께 일해 왔다. E-9비자도 가구공장에서 받았다. 합법화 조치 과정 중에 사업주와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가구공장 사장은 일감이 줄어들자 이들의 임금을 계약서의 절반 수준으로 지급했다. 이에 항의하는 두 사람을 향해 사업주는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 이탈 신고하면 너희들 불법 되는 거 알지?”라며 오히려 윽박질렀다. 또한 사업주는 외국인등록증을 본인들한테 주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

이슬람과 시티의 이야기를 듣고 김포 공장을 방문했다. 사업주는 인권센터에 신고했다는 말에 보관하던 등록증을 돌려주고, 임금도 제대로 지급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감정이 상한 이들이 한 공장에서 근무하기는 어려워져 있었다. 그래서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게 변동신고서를 작성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사업주는 문제 될 게 없다며 거절했다. 현행 고용허가제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사업장 이동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문제라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김포에서 돌아 온 며칠 후 이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장 처남이 “왜, 센터에 신고했냐?”며 때려 병원에 실려 갔다가 지금은 경찰서에 와서 신고하는 중이라고 했다. 비자 없는 사람들은 이슬람처럼 맞아도 신고조차 못한다. 강제추방 때문이다.
이슬람과 시티는 결국 피를 보고서야 사업장을 옮길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른 가구공장에서 둘만의 달콤한 내일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부디 어두운 한국 땅에서 만나 키운 아름다운 사랑 각박한 현실에 굴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상 재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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