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코끼리여, 너는 참으로 장쾌하게 달리누나

흰 코끼리여, 너는 참으로 장쾌하게 달리누나
-- 동국대학교 개교 98주년을 기리며


흰 코끼리여, 너는 참으로 쉬임없이 달리누나
삶의 사막, 시간의 바다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우리 앞을 달리누나

네가 지나온 사막마다
네가 만들어놓은 오아시스들은 끊임없이 달디단 물들을 내뿜고
오아시스의 푸른 나무그늘 아래
지혜에 목마른 사람들은 갈증을 씻어낸다

네가 지나온 바다마다
네가 만들어놓은 섬들은 끊임없이 떠도는 배들을 품어안고
슬기롭게 섬과 섬을 이어나간다

흰 코끼리여, 너는 참으로 장쾌하게 달리누나
잠들어서나 깨어서나 너의 발소리는
우리의 심장에 메아리치누나

너로 하여
해와 달이 즈믄 가람을 비추는 동쪽나라
나무며 풀들이 바람처럼 싱그러이 온 누리에 자라나는 동쪽나라
산과 강, 바다와 섬들도 잔칫날처럼 신명나 노래부르는 동쪽나라

너의 발소리마다 하늘의 별들은 깨어나 별빛을 뿌려대고
너의 발소리마다 땅위의 꽃들은 깨어나 향기를 뿜어내고
사람들은 그 별빛에 눈을 씻고 그 향기에 마음을 씻어내누나

이제야 알겠느니
우리 역시 너를 따라 달리며
동쪽 나라의 새 역사를 기록하느니

흰코끼리여, 너는 참으로 장쾌하게 달리누나

박 제 천 (동문 시인·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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