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조합 등 제도마련 시급

사립대학들이 외환위기 이후 앞 다투어 재정긴축을 목적으로 비정규직·파견 근로직 수를 대폭 확대시킴에 따라 현재 대학 내 비정규직 직원들의 처우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노동자들이 최대한 민주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방안인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실제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는 경우 매년 임금 인상과 환경 개선 등을 골자로 학교 측과 단체 교섭을 할 수 있어 고용불안과 임금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즉, 학교 측과 처우 개선관련 단체 교섭을 실시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조가 있는 대학의 급여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단체 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역시도 정규직과 같이 경력을 인정받는 등 처우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있다.


비정규직 노조결성이 어려운 현실

대학 내 노동조합은 △정규직 단일 노조 △정규직·비정규직 노조가 분류된 형태 △정규직·비정규직의 연계 노조 3개의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이중 현재 사립대학에서는 대다수가 정규직 단일 노조로 이루어져 사실상 비정규직들이 공식적 의견을 교환하기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본교 역시 198명의 노조원 모두 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듯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비정규직 대부분이 짧게는 1, 2년의 단기 계약직으로서 지속적 고용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대학에서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을 차기 계약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대학노동조합 금귀송 위원장은 “근로자 파견법에 따르면 비정규직 직원이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 그 업무가 계속 진행된다면 정규직화하는 것이 의무로 명시돼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러한 법률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비정규직 모두의 문제

학교와 노조와의 갈등을 넘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 역시 공공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한양대의 경우는 현재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가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정규직 직원들이 비정규직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거부해 비정규직 직원들이 단일 노동조합을 독자적으로 결성한 것이다.

서울대와 부산대에서도 이러한 문제로 인해 시설관리직 노조가 따로 결성되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외대에서는 지난 12일 두달여 간의 학내 노동조합 직원들의 천막농성 끝에 임시직을 제외한 전체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화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외대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계돼 있는 노동조합의 형태로 정규직 직원들이 4년 전부터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학교측에 요구함으로써 비정규직들의 노동조합 가입을 유도해 왔다. 이로써 노동조합 가입 전 정규직의 30%도 채 되지 않던 임금 수준을 지속적인 임금 협상으로 50%선으로 끌어 올렸으며 마침내 전국 대학 중에서 최초로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화를 이뤄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외대 이정철 노동조합 위원장은 “정규직 직원들이 비정규직 직원들을 끌어안아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본교 직원노조 역시 특수 고용직 등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노동조합에 가입시키기 위한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교 직원노조 김규환 사무국장은 “특수직 종사자는 정규직 직원들과 유사한 양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해 앞으로 이들의 노조 가입에 관한 사항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근로조건, 파견근로직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이지만 특수직·계약직들의 상황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경비와 청소 등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용역업체의 파견근로자들은 학교와 용역업체 사이의 계약 관계에 놓여 노조에 가입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에 따라 노동 환경이 그야말로 ‘최악’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연계 노조가 가장 잘 활성화되고 있다는 한국외대의 경우에도 이러한 파견근로자들에 관한 처우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이들의 노조 가입도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외대 이정철 노동조합 지부장은 “파견근로직들은 대부분 용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학교와 노조간의 논의를 통해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대부분의 학교들 역시 용역업체와 학교간의 연계인 파견근로직에 대한 처우 개선 등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노조 가입 역시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사립대학들에서 노동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용역업체를 통한 파견근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장려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임금과 처우개선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더 이상 비정규직의 차별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같은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 인식하지 않는 정규직들 역시도 이에 대한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할 것은 자신들의 진짜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자들의 힘있는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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