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이해관계에 가려진 젊은이들의 사랑과 성공스토리”

멋진 외모와 풍족한 재력, 거칠 것 없는 성격으로 작업(?)만 일삼던 재벌집 아들, 즉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나민국이 어느 날 갑자기 중국으로 납치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으로 드라마는 시작된다. 중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신용카드사용 정지, 돈지갑과 여권 도난, 아버지 회사 북경지사 직원들의 안면몰수이다. 게다가 그는 밥 한 끼 사먹고 돈 계산할 정도의 중국어는커녕 영어도 할 줄 모른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를 납치하여 난관에 빠뜨린 장본인은 바로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물론 아버지는 그를 북경지사장으로 발령 낸 상태이나 본인은 그걸 모른다.

아버지의 처사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매달릴 틈도 없이 그는 당장 해결할 일이 태산이다. 갖고 있던 원화는 금새 바닥나고, 오갈 데도 없다. 그저 매달릴 수 있는 건 몇 번의 우연으로 안면을 익힌 북경대학에 다니는 중국여성과 중국회사와의 합작건으로 북경에 와 있는 한국여성사업가, 한국 유학생, 교포들이다. 주인공은 이제 이들과 함께 사랑도 하고 일도 하고 사업에서의 성공도 해야 한다. 그리고 또 있다. 북경대 여학생을 좋아하는 사업가도 주인공이 부대껴야 할 대상으로 사랑과 사업의 경쟁자로 긴장감을 더하는 존재이다. 이만하면 ‘북경내사랑’의 진행이 예상이 되면서도 과연 어떻게 펼쳐나갈지 긴장이 된다.

그러나 그 긴장감은 이내 풀어지고 만다. 왜일까? 주인공으로 살인미소 김재원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중국스타 쑨페이페이의 매력도 새롭고, 사업가로 나오는 한채영의 자신만만함도 여전한데 말이다. 그 이유는 최초의 한중합작드라마라는 데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어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인 국경을 초월한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 성공스토리가 탄력을 받기에는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한중수교 1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의 교류와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하에 양국 공동으로 기획, 제작, 방송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양국의 이해관계, 국민정서 등을 처음부터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 최초의 한일합작드라마였던 ‘프렌즈’가 철저하게 한국과 일본의 남녀주인공 개인의 감정선을 따라 움직였던 데에 비해 ‘북경내사랑’은 기본 설정부터 국가적 이해관계에 충실하다.

한국에게 있어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기술적 우월감의 확인을, 또한 국내외 시장을 놓고 한판 경쟁을 벌이는 긴장상태를, 축구에 있어서는 ‘공한증’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이러한 감정들이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3회분에서 문제시 됐던 여주인공의 ‘속국’발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아 담당 PD의 공식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과 중국의 상황설정에 전체적인 드라마 흐름이 묻혀버린 것이다.

이 드라마가 양국의 교류와 화합을 겨냥하는 것이었다면 양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일을 통해 양국의 교류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일에 충실해야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한류열풍을 지나치게 의식해 오히려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자뭇 우려된다.

윤 혜 란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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