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다이어트 등 방학이 다가오면 학기 중에 할 수 없었던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이 중 반드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 중 하나가 해외체험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해외체험을 취업과 연관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입사지원서에는 해외연수 등 해외활동경험을 기재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력서를 한 줄이라도 더 채우려면 해외체험은 필수코스로 여겨지고 남들보다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너도 나도 무작정 해외연수를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해외체험은 독립심을 키우고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게 한다는 기본취지를 벗어나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해외로 나가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로 국내학위보다 국외학위를 더 우대하는 현실이 있다. 기아, 현대 등 대기업들은 하버드, 듀크 등 미국 명문대를 순회 방문하면서까지 해외 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고, 대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4월 교수신문이 전국 173개 대학을 상대로 조사한 상반기 신임교수 임용 결과, 박사학위 취득국가 순위에 따르면 신임교수로 임명된 2,073명중 424명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1위로 나타났고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차지한 경우는 89명으로 3위를 기록한 것을 볼 때 결국 기업과 대학 모두 해외유학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목적의식 바탕한 해외체험활동

어느새 해외체험만 다녀오면 엘리트로 인정받던 시기는 지나갔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동국해외탐방장학생으로 선정돼 미국을 다녀온 송민규(정보시스템4) 군은 “이론적으로만 익힌 내용을 현장 학습을 통해 몸소 체험하고자 탐방을 가게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해외체험은 어학연수에만 초점을 맞추던 과거와 달리 조금씩 그 흐름이 바뀌고 있다. 취업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봉사, 체험, 어학 등 한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워킹 홀리데이와 해외 자원봉사 등을 들 수 있다.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이하 WH)는 일을 하면서 휴가를 즐긴다는 뜻으로 관광을 주목적으로 하되 여행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호주를 시작으로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4개국과 WH프로그램을 공유중이다. 4개국 모두 WH비자는 평생 1번만 지급되고 체류기간은 1년이다.

또한 해외자원봉사는 주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으로 나가 활동하고 있다. 대학마다 특색을 살려 진행되기도 하는데 원광대의 경우 매년 의료봉사단을 해외로 파견하고 있으며 본교의 경우 참사람봉사단을 통해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할 경우 사회봉사 1학점을 인정해 주기도 한다.
이외에 해외 농가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잠자리와 식사만 제공받고 무상으로 일을 해 주는 우프(WWOOF) 등도 현재 60여 개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해외체험활동의 보편화 계기

그렇다면 이러한 해외체험에 처음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대학가에 해외체험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때는 89년 해외여행 전면자유화조치가 발표된 이후부터다. 해외여행 전면자유화 조치는 87년 6월 항쟁, 88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국민적 의식이 크게 향상된 것과 80년대 저금리, 저유가로 인한 소비의 증가 등 개인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맞물려 가능했다.

그러나 규제가 풀렸다고 해서 해외어학연수 등이 활발히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89년 자유화 조치가 여학생들과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남학생들의 경우에만 해당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병역 미필자인 남학생의 경우는 92년이 되어서야 몇 주간의 해외여행정도만이 승인된다. 이는 대학가 전체에 영향을 미쳐 90년대 초반까지는 어학을 목표로 한 어학연수보다는 단기간 해외에 머무는 배낭여행 등이 대세를 이룬다.

이후 94년 김영삼 정부가 출발하면서 경제가 부흥하려면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고 이 때문에 영어 어학능력은 기업이 인재를 뽑는 첫 번째 기준이 됐다. 이런 이유로 일반 대학생들이 어학연수의 대열에 대거 참여하게 되었고 90년대 후반에는 병역 미필자도 1년 간 해외에서 어학연수를 할 수 있게 되어 이 행렬에 동참한다. 이런 추세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해외체험 형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방학에는 자신의 방에서 ‘방콕’을 즐길 것이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 몸소 부딪쳐 보며 진정한 땀의 의미 뿐 아니라 어학 실력도 쑥쑥 키워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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