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사회학 재해석한 앤터니 기든스

앤터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현대 사회학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회이론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봉직하다 현재는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의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초기 저작은 주로 사회학의 3대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맑스(K. Marx), 베버(M. Weber), 뒤르켕(E. Durkheim)의 업적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과 종합을 시도한 것이었다.
첫 번째 대표 저작이라 할 수 있는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을 시작으로, 각 거장에 대한 독립적인 저작을 통해 고전사회학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함으로써 현대사회이론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이 밖에도 근대 국가의 폭력성, 친밀감, 위험사회 등과 같은 현대성(modernity)과 관련된 쟁점도 심층적으로 분석하였고, 최근에는 좌파와 우파의 한계를 넘어 정치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제3의 길’을 주창하여 영국 신노동당 정부의 이념적 기반을 제공하여 왔다.
기든스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역설한 밀즈(C.W. Mills)와 더불어 필자의 초기 학문적 지향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 학자이다.

주로 현실 사회의 모순에 관한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하던 대학 초년생 시절, 필자는 당시 외국에 있던 지인으로부터 얇은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는데 바로 기든스의 ‘비판 사회학개론’이었다.
현실문제에 대한 전공의 부적합성에 대해 고민하던 필자에게 이 저작은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라는 사회학의 기본 가치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기든스와의 보다 본격적인 만남은 고학년이 되어 사회학이론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사회학이론은 개인의 행위에 초점을 두는 개인주의 전통과 사회체계의 영향을 강조하는 구조주의 전통이 대립하면서 발전해 왔는데, 기든스는 구조화(structuration)라는 독창적인 사회이론을 통해 두 전통의 접목을 추구하였다.
그에 따르면 구조화는 개인의 실천적 활동을 통해 행위가 유형화되고 구조가 만들어지는 사회체계의 재생산 조건을 지칭하는데, 이를 통해 행위자로서의 개인과 사회체계는 독립된 두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이중성(duality)으로 통합된다.

기든스에 따르면 사회연구는 개인의 경험이나 사회적 총체성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을 탐구해야 되며, 이는 결국 자신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식의 고양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통찰력에 바탕을 둔 기든스의 저작은 비단 사회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정치학 등과 같은 인문사회 분야 학생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특히 세계화와 위험사회의 진전이라는 오늘날의 맥락에서, 현대성의 모순과 성찰성,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통해 공적-사적 영역간의 상승효과를 추구하는 ‘제3의 길’ 정치 등은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부한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조동기

사회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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