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인 현실 대체복무는 시기상조”

지난 21일 법원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 내용 중 최초로 양심의 자유를 천부인권으로 선언한 것, 병역거부의 결정과정과 결정 이후의 사회활동을 평가하여 양심의 진정성을 판정한 것, 대체복무제를 대안으로 촉구한 것 등은 눈 여겨 볼 대목이다.

그러나 판결은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의 두 측면을 조화롭게 보았다기보다는 양심의 자유에만 편향적으로 쏠려있다. 개인의 인권, 특히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판결이 나왔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단이기주의자들의 논리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가진다. 나라를 지키기위해 국가는 국민에게 병역의 의무를 가지게 했고 우리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가가 있어야 개인의 인권도 존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치국가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양심을 빌미로 병역을 기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다. 군대 가는 것을 반기는 측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군대를 가기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군복무를 면제받기 위해서 문신을 하고, 연골을 깎아내고, 심지어 손가락을 잘라내는 일까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군복무 면제 사유 중 ‘개인의 양심에 따른’이란 항목이 들어가면 병역 기피자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 개인의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판단할 기준이 무엇인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면 군대에 가는 사람들은 양심이 없다는 말인가.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양심에 어긋나서 군대를 거부하고 복무를 면제받는다는 것. 이것이 소수의 인권존중이라면 군대에 가는 다수의 인권은 어떻게 존중해 줄 것인가.

우리는 분단국이다.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되었을 뿐인 지금, 대체복무제 실시는 시기상조다. 물론 같은 분단국이지만 대만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실시한다. 하지만 군복무인원이 초과되어 군복무자 자체를 줄이고 있는 대만과 우리는 엄연히 다르다. 남북이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고 군 인력이 줄어드는 이때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면 많은 문제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국민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사회제도다. 하지만 그러한 민주주의를 침해당하지 않으려면 의무를 다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맹목적인 내리사랑이 아니라 상호이해에 의해 성립되는 하나의 커다란 약속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이러한 약속을 위협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허울 좋은 논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수(사과대 사회과학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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