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미용 등에 관심 갖는 신 남성상 ‘메트로 섹슈얼

“남자들은 맨얼굴이 최고지~”라고 한 중년배우가 말한다. 뒤이어 화면이 바뀌며 얼굴에 하얀 팩을 한 젊은 배우가 “남자들이 하는 첫 번째 마스크 팩”이라고 말한다. 한 화장품 회사의 남성용 팩 광고다. 중년배우의 말을 무색하게 한 그 젊은 배우는 우리에게 흔히 ‘꽃미남’이라 불리는 깨끗한 피부에 잘생긴 얼굴의 연기자이다.

이제 화장품 광고는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불어 화장품도 여성용 일색인 시대가 지나고 있다. 스킨과 로션뿐이었던 남성용 화장품이 이제 주름방지 에센스, 미백용품, 마스크팩 등 10여종에 이른다.

남성들의 관심은 이같은 피부미용뿐만이 아니다.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몸매를 가꾸고, 이발소가 아닌 미용실을 다니며 각종 엑세서리를 하는 남성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이렇듯 쇼핑몰, 휘트니스 센터, 미용실 등이 인접한 도시(Metro)에 살면서 패션, 미용, 인테리어, 요리 등 여성적(Sexual) 라이프스타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남성을 ‘메트로 섹슈얼(Metro Sexual)’이라고 한다. 이것은 영국 작가 마크 심슨이 인디펜던트지에 처음 소개한 말로 외모를 중시하는 젊은 남자들의 새로운 변화를 빗대어 사용했다. 
요즘 의상업계나 화장품 업계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대상이 바로 메트로 섹슈얼 족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바야흐로 개척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지점장 구자성씨는 “요즘 20대 남성들이 팩, 에센스, 자외선 차단제 등을 직접 구입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을 고르는 남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본교에서도 조금씩 조성되고 있다. 이진성(전자2)군은 “최근 호기심으로 요구르트팩이나 마스크 팩을 해봤는데 괜찮은 것 같아 앞으로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또한 김호중(컴공1)군은 “얼굴의 여드름 때문에 주위 권유로 얼마 전 처음 했는데 앞으로도 해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남자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를 하기에는 좀 어색하다”는 김군의 말과 “관심은 있으되 아직 해본적은 없다”는 김근영(국문4)군의 말은 남성들 사이에서 이러한 문화가 아직 덜 자리 잡혔음을 보여준다.

남성이 외모나 체형을 꾸미는 것에 대해 여성들도 긍정적이다. 조윤미(수교04졸)양은 “남자친구에게 피부관리 차원에서 꾸준히 화장품을 선물로 주고 있으며 남자친구도 매우 좋아한다”고 말한다. 또한 대학원생인 김민진(교육학 석사과정) 양도 “남성이 외모관리나 체형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매체 등에서 특정 연예인을 통해 그들처럼 고급 옷을 입고 고급 헬스클럽과 식품 등을 즐기는 것만이 메트로 섹슈얼인 양 보여주는 것은 자칫 본질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경제적 여유를 갖고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특정 계층만이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메트로 섹슈얼은 이전의 남성상만을 고집하던 보수적인 시대에서 좀 벗어난 신남성상에 다름 아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아닌, 그 둘을 오가면서 점차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이들인 것이다. 
결국 메트로 섹슈얼을 물질적 특권계층으로 만드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우리의 시각에 달린 셈이다. ‘그들은 나와 다른 존재’라는 시각이 아닌 ‘남성도 여성성을 내재하고 그것을 표현하려는 성향이 있음’을 인정하는 시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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