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셔요

오셔요
                              한용운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어요. 어서 오셔요.
당신은 당신의 오실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당신의 오실 때는 나의 기다리는 때입니다.
-시집 <님의 침묵>(1926)에서


건학 100주년이 다가온다. 동국문학 100년의 세월이 밀려온다.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동국의 문학 수레들이 서울 한복판에, 경주 남산 기슭에, 우당탕탕 큰소리로 달려온다. 자동차 소리도 비행기 소리도, 볼성사납게 싸우는 사람들의 모든 소리도, 그 크고 시원한 소리의 수레바퀴 아래 꾀죄죄하고 납작하게 찌그러진다. 

백년의 소리, 그러나 뿌듯한 자랑과 설레는 감격만으로 맞을 일은 아니다. ‘당신’ 기다리는 마음 함께 모아야만 한다. 간절해야 하고 씩씩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언제 우리와 따로이며 우리에게서 떠난 적이 있던가. 만해스님께서는 이렇게 노래하셨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읍니다.’ 당신은 바로 ‘나’이자 ‘우리’인 것이다.                                   

윤 재 웅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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