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과 텔레비젼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과거사 규명’과 ‘경제 살리기’이다. 여당에서는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해 과거사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하고 야당에서는 경제부터 살리라면서 여당의 논리가 정치적 노림수라고 비난한다. 여대 야, 정치대 경제, 단죄론대 불가피론이라는 이분법이 언론을 메우고 있다. 당장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운데 ‘경제살리기는 뒷전이고, 친일 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다분히 정치공세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제1야당의 논리는 마치 서민들의 생활을 무척이나 생각하는 듯한 포즈이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경제란 무엇인가?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며 약속받았던 풍요로운 삶인가, 외국자본의 봉이자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가. 국민들의 목숨까지 ‘경제개발’의 제단에 바치게 했던 그 ‘경제’가 무엇인가.

 악화된 여론에 야당은 힘을 받게 되고, 이에 부담을 느낀 여당에서는 ‘과거사청산’+‘경제살리기’가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질을 흐리는 말장난일 뿐이다. 누가 경제를 망쳤는지, 경제 때문에 역사청산이 어렵다는 것인지, 왜곡된 경제구조가 역사청산의 일부분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친일을 비롯한 역사적 범죄에 공소시효는 없어야 한다. 또한 경제는 위기에 처한 정치인이 방패막으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둘사이에서 적절한 거래나 타협은 두 가지 문제제기에 대한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최진범(영문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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